◎ 도서 소개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싶고 기꺼이 단골이 되고 싶은 오래된 가게를 만나다!
24곳 노포의 다정하고 주름진 역사
동네 골목 한쪽에 세월을 짐작할 수 없는 오래된 가게가 있다. 이 오래된 가게는 어떤 주름진 역사를 만들며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이어온 걸까? 『또 올게요, 오래가게』는 서로 다른 것을 만들고 파는 노포의 얼굴과 목소리를 담아낸 책이다. 24곳 가게의 주인들이 들려준 그들의 작은 역사가, 시간의 더께가 쌓인 건물의 그림이 동네에 하나쯤 있던 가게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3대째 한결같은 마음으로 문을 열어온 가게, 매일 새벽 거리를 쓸며 하루를 시작하는 가게들을 들여다보면 그 꾸준한 삶에 대한 존경심마저 샘솟는다. 이 책을 덮으며 오래된 가게의 ‘오래된’이 낡은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존재할 만큼 값진 것으로 읽히길 바란다. 더불어 우리 곁의 오래된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출판사 서평
“내 물건 사는 사람은 손해 보지 않도록 해야지”
서로 다른 것을 만들고 파는 오래된 가게에 대한 가장 따뜻하고 정직한 기록
“호미 천 개를 만들면 그중 한두 개 불량이 나와. 불량 확률이 1000분의 1 나올까 말까 한데 고르고 골라도 꼭 그 하나를 골라 가는 사람이 있어. 내한테는 천 개 중에 하나여도 그 사람한테는 그게 전부여.”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베스트셀러가 된 호미를 만든 ‘영주대장간’ 석노기 명장은 5천 원짜리 호미에 8천 원의 택배비가 들어도 고장 난 호미를 책임지고 수리한다.
“50년 넘게 옷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도 옷 만드는 건 어려워요. 내 마음에 싹 들게 다 기웠다 하는 건 드뭅니다.” 경주 양장점 ‘해동라사’의 이경락 주인장은 오늘도 원단을 자르고 재봉틀을 돌린다. 양복 상의를 만드는 데만 108조각의 원단이 들어간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사라지는 가게들 사이에서 시대를 역행하듯 자리를 지키는 곳들이 있다. ‘노포’라고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뜨는 맛집 말고도 조용하고 꾸준하게 제 할 일을 해온 가게들이다. 짧게는 33년부터 길게는 114년까지, 한 자리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팔고 대접하는 가게를 찾아 책 한 권에 담았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멋있는 식당이 되려고 하는 천황식당, 땀 맺힌 손으로 완벽한 호미를 만들어내는 영주대장간, 오가는 이웃을 위해 사랑방이 되어주는 만수탕, 일상을 잊을 만큼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보광미니골프장, 그리고 어느덧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는 역전쌀상회 등 서로 다른 것을 만들고 파는 24곳 가게들이지만 이어온 시간 속에는 가게 주인장의 한결같은 마음이 있었다. 『또 올게요, 오래가게』에서는 그 따뜻한 마음과 값진 시간을 정직하게 기록하려 했다. 혹여나 사라지더라도 빛나던 순간의 모습과 이야기는 오래가도록.
“아, 오셨소! 내 금방 갑니다이!”
24곳 가게 주인들과 나눈 다정한 이야기와 수천만 개 선으로 그린 가게의 자화상
24곳 가게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는 데엔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꾸준한 시간 동안 오래된 가게를 바라본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같고도 다른 시선이 하나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찾아 기록해내는 서진영 작가는 등록문화재를 따라 걷던 전작에 이어 전국에 있는 터줏대감 같은 가게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한결같은 걸음으로 오래된 가게를 찾아가 기꺼이 단골이 되었다. 다정한 웃음으로 마음을 열고 오롯한 존경으로 그들의 역사에 귀 기울였다. 그런 그에게 주인어른은 가게에 간판을 내걸던 날, 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던 날, TV프로그램에 출연하던 날, 운영을 멈추고 가게를 군청에 기부하던 날처럼 작은 가게들의 역사적 순간을 흔쾌히 들려주었다.
그림 작가 루시드로잉은 오로지 펜 선으로 우리 건축의 자화상을 그려내는 작가이다. 가게들이 쌓아온 꾸준한 시간처럼 겹겹이 쌓은 펜 터치로 가게의 얼굴과도 같은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언뜻 사진처럼 보일만큼 사실적인데, 그림을 메꾼 수없이 많은 선에는 건물의 색을 완성하던 빛, 세월이 만든 고유의 분위기, 작가의 경험 같은 것들이 뒤섞여 있다. 글 작가가 나눈 대화를 따라가며 그림 작가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이 오래된 가게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생겨난다.
“60년 넘게 버텨줘서 고맙다는 분들이 많아요”
평범하고도 위대한 오래된 가게의 주름진 역사
슬며시 피어나는 추억, 향수, 그리고 존경
그저 매일 성실하게 가게 문을 열어왔지만, 오래된 가게는 평범하고도 조용히 우리 역사의 한 축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주름진 시간이 곧 우리 현대사인 것이다. 98년 된 논산 양촌양조장의 막걸리에는 우리나라 주조의 변천사가, 53년 된 춘천 이디오피아집의 커피에는 한국전쟁 당시 주저 없이 우리나라를 도운 에티오피아와의 인연이 녹아 있다. 인천 등대경양식과 서울 포린북스토어에서는 미군부대 주변 상인들의 삶을, 서울 융태행제과점에서는 우리나라에 정착한 화교의 애환을 들을 수 있다.
동시에 손님의 안부를 살피고 덤을 얹어주던 동네의 가게들은 오래된 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그림은 다정한 이웃 같던 동네 가게의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고, 가게들이 지나온 시간을 읽다 보면 그 꾸준한 삶에 대한 존경심마저 생겨난다.
1958년 문을 연 진해 도장집 ‘황해당인판사’의 정기원 주인어른은 세계대회에 출품할 일생일대의 작품 도장에 ‘세계평화’를 한자로 새겼다. 일생을 지켜온 가게, 그 세월만큼 마음에 품은 가치는 인류 공동의 평화였다. 이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또 올게요, 오래가게』를 덮으며, 오늘날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에 새겨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책 속에서
P.47 “지금은 생활하는 집이 따로 있지만 어렸을 때는 이곳이 가게이자 저희 집이기도 했어요. 백일잔치, 돌잔치를 이 집에서 했죠. 앞쪽이 가게고 뒤쪽이 생활공간이었는데 가게가 좁으니까 방학 때 방에서 TV를 보고 있으면 식사 손님들 들어오신다고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고요. 할아버지께서 지으신 집이기도 하지만 곳곳에 가족의 추억이 있으니 이 집은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 동생도 부모님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냥 이 집이 좋습니다. 찹쌀떡, 도넛이랑도 잘 어울리고요. 그래서 손님들도 더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 03 덩실분식
P.84 우스갯소리지만 요즘은 자연스럽게 고장 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좋은 기술이라 하지 않느냐 했더니 분야 최고의 명장으로 인정받는 대장장이는 “그러게 말여. 그런데 나는 그 기술은 없네.” 하고 역시나 호탕하게 웃고 만다.
- 06 영주대장간
P.106 그런가 하면 식당을 차려서 국수를 내면 훨씬 더 장사가 잘되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손사래를 친다. 질문도 당연한 듯하지만 고개를 젓는 이유도 당연했다.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덧붙이길 “저는 저대로 좋은 재료로 최선을 다해 만들지만 사실 국수는 삶는 사람이 정성껏 잘 삶아야 맛있어요.”
- 08 쌍송국수
P.127 왕 목수는 오래 살고 보니 돈을 많이 벌거나 세상에 널리 이름 떨치는 것도 성공이겠지만 이렇게 후손들에게 보여줄 것을 남기는 것도 성공한 삶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아무렴요. 부디 시절 시절이 아로새겨진 이 오래된 목공소가 시간이 지나도 뒤틀리지 않는 나뭇결처럼 유려하면서도 올곧게 더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 10 삼화목공소
P.151 잘할 수 있는 일을 이렇듯 오래 지속할 수 있었던 까닭을 생각해보게 된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그에 앞서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일하는 태도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남 잘되는 것에 배 아파하지 않고, 나 손해볼 것 같다고 훼방 놓지 않고, 해코지하는 사람은 스스로 멈출 수 있게 기다려주고, 득이다 실이다 따지지 않고 나눌 수 있는 것을 기꺼이 나눈 시간들이 오늘의 오래된 자전거포를 있게 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 12 시민자전차상회
P.160 “오늘처럼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발전이 있지 않겠습니까? 역사를 알아야 발전이 있지요. 내 뜻을 이해합니까?” 그제야 도로명 주소 표지판 아래 내걸린 ‘주민 해설사의 집’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지물포 얘기보다 중요한 게 한지인데 한지 얘기를 많이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에서 평생 몸에 이로운 종이를 매만진 사람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
- 13 대구지물상사
P.167 만수탕과 만수여관은 이기희 대표가 1인 다역을 하며 운영하고 있다. 생물학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계속 공부를 이어가려 했던 그는 ‘힘이 들어도 사람들을 깨끗하게 해주는 일이라 참 보람이 있으니 네가 좀 지키고 있어라’ 하신 어머니 유지를 물리치지 못했다. 목욕탕을 하면 돈깨나 있는 현금 부자라 했던 때지만 베푸는 게 먼저였던 어머니는 빚이 더 많았다. 1997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맡았는데 만만치가 않았다. 어머니가 운영하실 때는 종업원을 다섯까지 두었지만 인건비를 줄이고 1인 다역을 할 수밖에 없었다.
- 14 만수탕
P.238 “언젠가부터 순간을 즐길 줄은 알지만 자기 몸을 그 속에 담아 꽃 피워 보고픈 열망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썩지 않고 피어나는 꽃은 없습니다. 썩어서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내가 썩을 생각을 못할까요? 썩어지는 것만큼 아름다운 토양을 만드는 일은 없습니다. 썩으려고 주저앉아본 사람은 알게 될 거예요. 그 자리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배울 겁니다. 스스로들의 학교가 될 겁니다. 저는 배다리에서 그런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 20 아벨서점
P.250 어르신께 천안쌀이 좋으냐 물으니 쌀은 경기미가 최고라 하셔서 한 번 웃고, 그럼 충남에서는 천안쌀이 최고냐 했더니 예산쌀이 더 맛나다 하셔서 또 웃는다. 그럼에도 역전쌀상회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천안 일대에서 재배한 곡류를 판다. 좋다, 최고다 하는 것들보다 이웃의 손을 거친 것을 믿고 먹는다.
- 21 역전쌀상회
P.260 “너도 나도 살 수 있는 것들은 큰 서점에 가면 있지. 그런데 그들이 찾는 책은 여기에 있는 거야. 여기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책들이 있어. 저건 언젠가 임자가 나올 텐데 싶은 책들이 있거든. 그런데 어느 날 누가 와서 그걸 찾아. 얼마나 반가워하는 줄 몰라. 보석을 찾은 것 같이. 그런 거 보면 나도 참 좋아. 그렇게 한 10년 만에 팔리는 책들이 있다고. 그 재미지.”
- 22 포린북스토어
P.280 그가 도장 하나를 꺼냈다. 낙관석에 새긴 꽤 묵직한 인장이다. 1997년 10월 운현궁 미술관에서 국제인장예술대전이 열렸을 때 출품한 것이라 했다. 돌에 새긴 글자는 선명했다. ‘세계평화’. 일생에 남을 작품으로 출품한 인장 글귀가 세계평화라니???. 식상한 구호 같은 이 넉 자를 이토록 무겁게 느껴본 적이 없다. 그것은 가슴에 새긴 소원이고, 세상에 알리고 싶은 전언이었다.
- 24 황해당인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