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번의 사랑도 한 번의 이별에 무너지고 만다.
연인들은 말한다. 사랑한다고.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거라고. 그리고 그 연인들의 뒤엔 뼈아픈 이별의 상처가 존재 한다. 첫사랑이 결혼까지 닿은 사람들이 아니라면, 누군가와의 슬프고도 고통스러운 이별을 겪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이별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작던 크던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래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주면서 사랑한다고 수백 번은 말해 놓고는 혹여 비슷한 느낌의 이별 트라우마가 시작되면 서로의 상처를 되씹어가며 다시 이별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사랑은 애써 꿰맨 상처를 다시 찢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하여도, 어찌나 달콤한지 아픔도 잊을 만큼이기에,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이 글은 그러한 사랑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버린 여자. 여자란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시간과 함께 엄마라는 자리, 아내라는 자리, 며느리만 있을 뿐 이름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었지만 거절당한 수치심과 모욕을 이혼으로 복수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세 딸의 엄마라는 이름이 너무나 강했으며 윤리, 규율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믿었다. 이 세상에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으니까. 사랑만이 전부였으니까. 영원하리라 믿었다. 변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한 사랑인데……. 그러나 야속하게도 사랑은 색이 바랬고, 누군가의 인생을 닮아가고 있었다.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고서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이혼을 할 것이냐, 참고 인내하면서 엄마라는 자리를 지킬 것인가. 그 남자와 함께 있으면 행복했다. 그것만이 전부였다.
세 딸의 엄마인 지영과 그녀의 딸 연수, 은수, 혜수. 그녀들의 살아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