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니골라이 고골의 대표 단편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얼굴에서 코가 사라졌다. 체면과 관등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코발료프는 코를 찾기 위해 광고를 내러 가기도 하고, 우연히 자신보다 높은 관등인 체하는 코를 만나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코를 쫓고, 관료가 된 코가 망토를 두른 채 위엄 있게 호통치는 모습은 읽는 이들이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과연 그는 코를 되찾을 수 있을까?
고골은 스스로 자신을 ‘누구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작가를 생각하면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러시아 대문호들의 문학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고골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스스로 불가해한 삶을 살았던 그였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과 업적은 도스토옙스키가 ‘우리는 모두 고골의「외투」에서 나왔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대단했다. 주인공의 환상적인 해프닝은 비극으로 느껴졌고, 악마를 물리치면서 일상을 지키는 모습에서는 흐뭇함과 유머를 느낄 수 있으니 고골의 시도는 성공한 것 같다.
부조리한 사회 속 소시민의 모습은 개인에 대한 그의 동정심을 느끼게 한다. 부패와 속물주의, 무자비한 자연 아래 위험에 처한 개인은 독자들에게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 웃음 뒤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느낀다.’라는 푸시킨의 표현처럼 눈에 보이는 환상과 해학뿐 아니라 내면에 담긴 고골의 고민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