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KBS 자녀교육체험수기 당선, 1990년 《한국수필》등단 이래로 문재文才를 발휘하여 여러 권의 수필집을 발간하고, 다양한 문학상 수상, 방송 출연, 수기화 전시회 등 활발한 문학예술 사회 활동을 해온 차혜숙 수필가의 네 번째 수필집이다.
작가는『無舞巫』라는 지난 작품집을 통하여 자신이 기氣에 대한 남다른 예지력이 있는 샤먼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샤먼으로서의 영적인 마음과 수필가로서의 문학적인 열정이 결합하여 탄생한 『나비와 코끼리』에는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과 깊은 철학으로 쓴 수작의 수필 작품이 실려 있다.
길은 사랑이다. 천지가 생겨나고 길도 생겨났다. 길을 통해 생명의 문이 열렸다. …그 길을 따라 아이가 걷고 바둑이가 따라나선다. 소년과 소녀가 뛰어가고 젊은이가 힘차게 걷고 주부가 분주하게 걸어간다. 노부부가 손잡고 걷다가 쉬어가는 길에 생로병사가 함께한다. 그 길은 잉태되고 사랑하고 믿음 속에 삶의 질곡에서 발버둥 치며 앞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길, 바로 그 길이다. -「길」-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인 생로병사와 마음과 삶의 올바른 방식, 자연의 순리 등 도를 숭상하고 깨달음을 찾는 데 의미를 두는 작가가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특별하면서도 공감 간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미래를 보는 예지력이 있다)… 그분의 간곡한 부탁으로 여사의 병명도 모른 채 그림을 그릴 수밖에…. 손가락이 그려 넣은 잠재, 캔버스 위로 바다가 출렁이고, 깊은 산골짜기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나고 하늘에는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그곳은 바로 피안의 세계가 아니던가.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치유할 수 있는 혜택을 마다하고 사랑하는 이를 뒤로 한 채 스스로 삶을 포기한 ㅅ여사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내게로 다가온 망자의 넋 기운이 그토록 평온한 것은 고통으로 얼룩진 죽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느 죽음 앞에서」-
일상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도 생명의 존귀함. 시간을 넘어서는 인간 삶의 운명, 자연에 대한 경외심 같은 담대하고 깊이 있는 주제를 잘 어우러지게 담은 작가의 호소력 짙은 문장이 전편의 작품에 살아있다.
환몽적 세계를 노니는 유랑객의 화신이라는 나비, 영혼을 이어주고 죽은 이에게 최상의 춤을 선사하고 무중력 상태에서 훨훨 날아올라 초자연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나비야말로 처절한 진통을 겪으며 탈바꿈하는 40여 일간의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성충에서 나비가 되는 것은 우리네 인간사의 삶과 무엇이 다르랴. -「나비와 코끼리」-
“문학은 나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기에 어둡고 어려운 삶이라도 희망을 간직하지 않았던가. 만일 내가 문학을 하지 않았다면 성찰하고 인내하는 삶을 살았을까,”(「계단」) 작가는 샤먼의 기를 문학으로 승화한 『나비와 코끼리』를 통해 우리가 삶의 실상을 성찰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옳은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희망을 깨닫기를 바라고 있다.
『나비와 코끼리』에는 전시회를 한 바 있는 작가가 직접 정성을 담아 그린, 좋은 기와 복을 주고 마음의 안정을 주는 수기화 그림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