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군데 일터에 모인 어른들의 하루, 110여 가지 직업의 세계
《어른들은 하루 종일 어떤 일을 할까?》는 일터에 모인 어른들의 하루를 고스란히 담아낸 ‘직업 그림책’이다. 일터로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학교나 병원, 상점을 비롯하여 쉽게 접하기 어려운 위험한 현장, 건설 현장, 농장, 뉴스 편집실 그리고 바다나 산 같은 대자연에 이르기까지 장소 14곳을 탐색한다. 그리고 110여 명의 어른이 저마다 일터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능력과 노력이 필요한지, 사회에서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소개해 직업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특히 간결한 텍스트와 그림은 유아에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춤이다.
“어른들의 직업 세계에 어린이는 어떤 질문으로 다가갈까? 《어른들은 하루 종일 어떤 일을 할까?》에는 직업의 세계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이 무엇일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_이지유(과학 논픽션 작가, 번역가)
이 책은 각 일터의 앞 장에서 펼침 한가득 일터의 모습과 일하는 어른들을 보여 준 뒤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앞에서 살핀 어른들의 직업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책 읽는 재미를 더하는 구성이 무척 흥미롭다.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비르지니 모르간의 그림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단순하고 대담한 선과 생동감 넘치는 밝은 색채, 각 직업인의 모습과 하는 일을 직관적으로 풀어낸 감각적인 표현은 어른과 아이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처 생각지 못한 직업 너머의 직업과 바람직한 성 역할을 그려 내다!
이 책에서 크게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 있다.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직업까지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극장에서는 무대 뒤에서 일하는 분장사와 공연장 안내원 등을, 대자연 속에서는 나무 의사와 야외 활동 강사 등을, 농장에서는 농장 노동자와 우유 짜는 일을 하는 사람 등을 소개하는 식이다.
상점에는 쇼핑객을, 콘서트홀에는 관객을, 호텔에는 투숙객을 그린 것처럼, 각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여 주는 점 또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서 아이들이 저절로 알 수 있어서다.
“이러한 관점은 매우 훌륭하다.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쇼핑객이 자신의 일터의 이용자이자 일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_이지유(과학 논픽션 작가, 번역가)
트랙터 운전사, 전기 기사, 감독, 군인, 헬리콥터 조종사와 같은 직업을 여성으로 그려, 전통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직업과 활동 내용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이다.
이렇듯 이 책은 직업을 사회 속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하여, 아이들에게 직업에 대한 제대로 된 의미를 심어 준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꿈과 직업, 장래 희망을 ‘다시’ 이야기하다!
아이들은 꿈을 묻는 질문에 으레 장래 희망을 답하곤 한다. 어른이 되어 갖고 싶은 ‘직업’ 말이다. 그런데 어떤 직업을 가지겠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탐색하여 자신과 맞는 일이 무엇인지 살피는 경험과 그 과정이다.
《어른들은 하루 종일 어떤 일을 할까?》는 이러한 ‘흥미와 이해 중심의 진로 교육’에 적합한 책이다. 만약 아이가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먼저 왜 교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질문하며 그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함께 탐색한 뒤 이 책을 펼쳐 보자. 학교에서 일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그들이 하는 일을 함께 보며 아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이 교사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직업인지 구체화할 수 있다. 결국 ‘장래 희망’이란 꿈을 이뤄 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하나의 단계일 뿐임을 이 책을 읽으며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은 아이들에게 세상이 특정한 한 사람의 노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일터로 출근하여 하루 종일 일을 하는 다양한 어른들이 모여 서로 협력하며 세상을 돌아가게 만든다는 사실 또한 자연스럽게 알려 준다.
제목에서부터 아이들의 시선과 목소리가 가득 담긴 이 책을 꿈과 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들과 지혜롭게 진로 교육을 하고 싶은 양육자와 교사 모두에게 자신 있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