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의 숨은 걸작!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8개국 출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
『박사가 사랑한 수식』 『임신 캘린더』 등의 베스트셀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오가와 요코는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무라카미 하루키, 오에 겐자부로 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번역 출간이 이루어지는 작가로 꼽힌다. 1994년작인 『은밀한 결정』은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는 장편소설로, 2019년 ‘The Memory Police’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영문판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브라질, 러시아 등 28개국에 번역되며 이십오 년 만에 다시금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은밀한 결정』은 SF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시공간이 명확하지 않은 배경과 의식주 묘사, 인물 간의 관계 등은 테크놀로지가 발달한 근미래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땅과 바다에서 식량을 자급하고 마을이 하나의 공동체로 기능하던 지난세기의 목가적인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오가와 요코를 작가의 길로 이끌어준 십대 시절의 애독서 『안네의 일기』가 있었다. 자신의 내면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귀중한 자유임을 깨닫게 해준 이 책처럼, 소중한 존재를 부당하게 빼앗기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보자는 생각과, ‘기억이 소멸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는 발상을 하나의 주제로 이어본 것이 『은밀한 결정』의 탄생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강압적인 비밀경찰의 감시하에 책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분서 장면, R씨가 은신처로 이동하는 날 큰비가 내려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장면 등은 『안네의 일기』에 대한 직접적인 오마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