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망국’을 배워야 하는 이유
우리는 역사를 왜 배우는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배워 앞으로의 미래를 더 잘 꾸려가기 위해서이다.”
즉,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 선조들이 했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역사교육의 현장은 어떠한가? 고조선이, 고구려가, 신라가, 백제가, 고려가, 조선이 이렇게 저렇게 멋있게 만들어졌다고 자랑하기에 바쁘다(그러면서 막상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건국은 그리 잘 배우지도 않는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단군 할아버지, 고주몽, 온조, 박혁거세, 왕건, 이성계. 우리는 건국의 주인공들에 대해 너무나 잘 배우고 가깝게 느낀다.
하지만 막상 그 나라들이 어떻게 망국의 길로 들어섰는지는 가볍게 여겨진다. 새로운 나라가 생긴 것은 실상 바로 그 이전의 나라들이 국가의 기운을 망치고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뒤집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과도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또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다시 돌이켜보면 망국의 역사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건국의 역사도 아주 소중한 우리의 역사겠지만 지금의 현실에 있어 우리는 과거 망국의 역사를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망국의 코드를 읽어라
이 책을 쓴 저자 황인희는 그간 『역사가 보이는 조선 왕릉 기행』 『고시조 우리 역사의 돋보기』 『잘! 생겼다 대한민국』, 『궁궐, 그날의 역사』 등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들을 집필해 왔다. 특히 2010년에는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리 역사 속 재미있는 숨은 이야기들을 발굴해 쉽게 들려주는 그녀의 장점이 이 책에도 잘 드러나 있다. 그런 그녀는 이번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망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게 다가오는 소중한 교훈들이 너무나 많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망국의 코드’라고 부른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하는 안일함, “나 아니면 절대 안 돼.” 하는 독선, “애쓴다고 되겠어? 그냥 포기할래.” 하는 나태, “반드시 원칙대로 할 필요 있나?” 하는 게으름, “내 잘못도 아닌데 나보고 어쩌라고?” 하는 책임전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변명, “당신이 뭐라 하던 난 무조건 반대야.”라는 증오, “네 까짓 게 뭔데, 감히!”하는 건방짐, “내 발등의 불만 끄면 돼.”라는 식의 이기심들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 한 나라를 무너뜨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우리 역사의 나라들이 망할 때 가졌던 안이한 생각들, 자세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절로 “아, 어쩌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도 이런 자세에 물들어 있겠구나.”하는 위기감이 생긴다.
대한민국은 과연 평안한가?
이런 위기감은 결코 비관론만이 아니다. 한 국가가 멸망하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역사적 체험이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타니샤 파잘에 따르면 1816년부터 2000년까지 세계사에는 207개 국가가 존재했는데 이 중 무려 66개국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무려 32%의 국가가 멸망을 겪은 셈이다.
지난 2015년 3월 5일, 종북 세력에 의해 주한 미국 대사가 테러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만큼 현재 대한민국 이념갈등의 골은 크고도 깊다. 북한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의 행동도 그냥 넘어가기엔 뭔가 심상치 않다. 경제성장의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갈수록 빈부격차 갈등과 조세분배 갈등을 둘러싼 낭비적 논쟁이 치열하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바라다보면 심하게 얘기해서 앞서 얘기한 9가지 망국의 코드가 다 집약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현재 우리 국가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리는 기필코 과거의 역사에서 현재의 교훈을 얻어내야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밝고 힘찬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세계 역사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 성공한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은 자칫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하지 말고 더 나아가 이제 선진화를 이룩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이 현실에서 우리가 이 책, 『우리 역사 속 망국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다.
우리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 조선후기부터 개항과 망국까지, 세계사의 판 위에 우리 역사를 포개놓고 우리가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최초의 이성적인 작업!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실체와 그 멘탈리티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시기 세계는 패권 세력 영국과 G2로 부상하는 도전 세력 러시아의 각축장. 청나라는 이미 제국주의의 먹잇감으로 전락했고, 일본은 변화의 몸부림을 친다. 조선, 아~ 조선은 여전히 성리학자들의 무지한 세계인식-소중화주의가 국가정체성을 이루고 쇄국의 노선을 택한다.
저자 김용삼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엄정하고, 깊이있는 눈으로 한국근현대사를 그야말로 가슴으로 쓰고 있다. 방대한 자료 수집, 냉철한 세계 인식, 진정성 -이 모두를 두루 갖춘 한 탁월한 역사 저술가의 탄생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