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현실을 사는 두 남녀.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그들의 선택
그리고 물음. 우리에게 가난이란 무엇인가?
가난한 현실을 살아가는 두 남녀가 있다. 연탄집 아들 동교는 월급으로 받은 연탄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과 나눌 정도로 착하고, 성스럽기까지 한 인물이다. 동교네 집 반지하 셋방에 사는 광자는 비루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거짓도 서슴지 않는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매우 대조적인데, 이러한 노력은 특히 관계 맺기에 잘 드러나 있다. 동교는 아무 관계없는 사람에게까지 선의를 베푼다고 여기지만, 그 관계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광자는 잘 알고 있고, 목적을 위해 이를 활용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만나는 소외된 사람들, 그들과 맺는 관계가, 즉 ‘세상의 목소리’들이 모순되게도 가난의 드라마를 더욱 풍요롭게 완성한다. 싱크홀의 등장은 가난을 현상으로만 파악할 수 없는 이유와 맞물리고, 주인공을 지켜보는 우리를 언제라도 땅속 깊은 곳으로 빠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