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길을 잃은 여자아이는 곰에게 구해져, 그의 아내가 된다. 어느 날 사냥꾼에게 발견되어 한 남자와 함께 마을로 내려온다. 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살아가지만 인간 세계에 어울리지 못한 여자는 아이를 죽이고, 다시 곰 남편을 찾아간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이는 엄마,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인간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가?
당신은 내 아내였지요.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다가 남김없이 빼앗기고 쫓겨나야 했던,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 이제 나도 당신의 자리에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되었어요.
희곡 〈처의 감각〉은 충남 공주 곰사당의 곰나루 설화와 아이를 죽이는 엄마라는 실화의 모티프를 접목시켜 곰 아내, 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곰나루 설화의 암곰은 사냥꾼을 만나 아이까지 낳았지만 사냥꾼이 도망치자 자기 새끼들을 죽이는 이야기로, 〈삼국유사〉의 웅녀 신화와 그리스비극 〈메데이아〉에서도 반복된다. 이렇듯 엄마들의 절망으로 대변되는 곰 아내의 절망은 무엇인지 작가는 신화라는 그림을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희곡은 인간이 맺는 관계에 있어서 권력이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결국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인간이 갈등의 끝에 이르렀을 때 어떤 선택을 하여 인간다움을 취하거나 혹은 버리는지에 대해, 관계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극 중 여자(곰 아내)의 극단적인 선택은 관계의 단절이 희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주고, 이것이 곧 아내(처)의 감각이라는 작가의 해석은 현실 세계의 인간이 맺는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