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사의 흐름을 바꿔온
아주 오래되고 효과적인 선거 전략 ‘후보단일화’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
대통령이 되려는 자들의 눈치싸움, 기싸움, 두뇌싸움
후보단일화는 선거 과정에서 둘 이상의 후보가 벌이는 협상이다. 이들은 그중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나머지는 사퇴하는 것을 상정하고 치열한 수 싸움을 한다. 이 책 『후보단일화 게임』의 저자 황두영은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게임으로 설명한다. 어떤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원하면 상대 후보를 설득해 해당 게임에 참가시켜야 하고, 구체적인 룰을 협상해야 하며, 때로는 상대에게 줄 보상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룰에 따라 상대를 이겨야 후보단일화 게임의 승자가 된다.
이 책은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이 후보단일화 게임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직선제 개헌 후 첫 선거를 치른 1987년부터 2017년까지의 대통령 선거 사례를 통해 후보단일화는 어떤 조건에서 성공하고 또 실패하는지 등을 분석하고 살펴본다. 특히 각 장의 부록에는 하나의 게임으로 ‘후보단일화’를 이해할 수 있는 규칙들을 이론적으로 쉽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후보단일화를 중심으로 한 선거의 역사를 쭉 따라 읽은 후, 각 사례에 해당하는 후보단일화의 유형을 부록에서 찾아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미를 더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저자 황두영은 국회 보좌관으로 일하며 전작 『외롭지 않을 권리』를 통해 ‘생활동반자법’이라는 신선한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이 책에서는 지난 국회에서의 활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후보단일화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 정치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 전망한다.
본문 중에서
선거에서의 후보구도가 유권자의 선호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가는 우리 민주주의가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해나갈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후보들끼리의 협의로 후보구도가 바뀌어 유권자들이 차선 또는 차악의 후보밖에 뽑을 수 없다면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불신도 차츰 커진다. 정당이 계속 유권자들의 선호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정당은 없어져야 한다. 후보단일화가 관례화되면 유권자의 뜻을 담아내지 못하는 정당들이 변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 후보단일화 게임은 왜 계속 나타날까?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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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을 통한 직선제 개헌과 뒤이은 노동자 대투쟁까지, 1987년 정국은 이제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이러한 투쟁들은 연말 대선에서 민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염원으로 모여들었다. 김영삼과 김대중이라는 두 민주화운동의 거목은 민주정부 시대를 열 기수로 보였다.
하지만 대선 결과는 우리 모두 알다시피 군부독재 세력의 2인자인 노태우의 당선이었다. 김영삼, 김대중의 단일화 실패와 노태우의 당선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1987년 단일화 실패는 아직도 한국 민주주의의 잘못 끼운 역사적 우행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양김(김영삼?김대중)’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1장 1987년 김대중-김영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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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는 크게 지지율이 낮거나 조직의 규모가 비슷한 후보들끼리 경선을 통해서 후보를 정하는 경우와 지지율이 낮거나 조직의 규모가 작은 후보가 지지율이 높거나 조직의 규모가 큰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를 ‘대등한 후보단일화’, 후자를 ‘양보하는 후보단일화’라고 하자. 두 경우는 모두 후보단일화로 불리지만, 완전히 다른 룰을 갖는 게임이다.
후보단일화에 참여하는 두 후보가 단일화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일단 반반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당선 가능성이 후보단일화 이후에 그 이전보다 대략 두 배 이상 상승한다면 후보들은 후보단일화에 참여할 것이다. 이후 상술하겠지만, ‘당선 가능성’과 ‘지지율’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후보들 간의 지지율이 박빙인 구간에서는 지지율이 조금만 올라도 당선 가능성은 크게 오른다. 대등한 후보단일화는 이렇게 당선 가능성이 치솟는 ‘박빙 구간’을 뛰어넘기 위한 후보들의 도박이다. ―‘Game 1 대등한 후보단일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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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협상에서 단일화 이후 단일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단일화를 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면 황금송아지를 준다 한들 공수표에 불과하다. 당연히 당선이 유력한 후보가 보상을 약속할 때 단일화는 수월하게 이뤄진다.
양보하는 후보단일화는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과 투표 직전 두 시점에 이뤄지기 쉽다. 일단 선거운동이 시작하기 전 시점에 일어나는 건 비용 때문이다. 이미 사용한 선거비용이 적을수록, 그리고 현 시점에서 선거 종료까지 예상되는 선거 비용이 클수록 이뤄지기 쉽다.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이뤄지는 단일화 사전합의는 이미 사용한 비용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을 가지고도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1997년 김대중-김종필 단일화이다. ―‘Game 2 양보하는 후보단일화 (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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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단일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극적인 이름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후보단일화 이전에는 이회창이 압도적으로 선두를 유지했지만, 11월 24
일 후보단일화 이후에는 노무현이 지속적으로 1위를 유지했다. 투표 전날 정몽준의 막판 지지 철회로 다소간의 지지 이탈이 있었으나 노무현은 결국 당선했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두 후보 모두 비슷한 지지율을 가진 상태로 진행되었으며, 특별한 보상에 대한 협의 없이 당선 가능성을 올리는 것에 최대의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 전형적인 대등한 후보단일화라고 볼 수 있다. ―‘3장 2002년 노무현-정몽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