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의 과거에 좀처럼 무뎌지지 못하는 우리가 다시 만난다고,
상처가 덮어질 수 있을까?
“가끔 안부, 물으면 안 되겠지?”
“싫어. 네 만족을 위해 코앞까지 끌고 와서 먹나 안 먹나 확인까지 하는 거 나는 불쾌해.”
무뎌지지 못한 나는 너를 단번에 알아봤어도
너는 기억조차 폭력이라 나를 한 번에 알아보지도 못했음을.
그래, 내가 무슨 권리로 네가 잘 사나 그걸 확인하고 위안 삼을 수 있을까.
그것은 이상한 동질감이었다.
나는 엄마를 잃고 부서진 울타리 안에 살던 아이였고,
너는 그 부서진 울타리 안에 잠시 머물던 눈치가 빤한 아이였지.
우리는 그렇게 어쩌면 서로가 아는 슬픔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혼자서는 내내 흐르지도 못하고 고여 있다가
마주한 뒤에야 서로에게 한 바가지씩 끼얹어져 흐를 수 있는 그런 존재들.
“……우리 이래도 될까?”
망설임이 묻어나는 가원의 눈빛을 본 유준이 잠깐 진한 숨을 몰아쉬었다.
“네 눈에 내가 보여. 이제 다른 생각 못 하겠지?”
아, 네가 말한 위로, 이제 알겠어. 가원은 까치발을 하고 유준에게 매달렸다.
유준은 몸을 숙여 가원을 끌어안았다.
“……가끔 안부 물어도 돼?”
“나 많이 기다렸어?”
오후부터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의 6월, 이른 여름.
어제도 만난 이들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적인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