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다면 그것은 지옥이겠지.
너에겐 내가 첫 번째일 수 없고,
나는 그 첫 번째를 포기할 수 없어
이리도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집착하는 수밖에.
자신이 원하는 걸 뒤늦게 깨달은 남자, 태욱.
“선택권은 없습니다.?날 좋아한다면서요?”
부하 직원의 고백을 연극의?수단으로 이용할 만큼 태욱에게?사랑은 인생의?우선순위가 아니다.
유신그룹의 핏줄로 태어났으나?아버지가 집안과 절연하면서 남보다 못한?대우를 받으며?자란 그는 오직?목표만 직시한다. 불면과 두통을 죄처럼 끌어안은 채 앞만 보며?달리는 그에게 한?여자가 묻는다.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태욱은 그제야 비로소 본인을 들여다본다.
자신이 원하는 걸 처음으로 가지고 싶었던 여자, 서영.
“어차피 연극이었잖아요.?여기서 끝내는 게 맞아요.”
직장 상사?태욱을 마음에 담고 짝사랑한 끝에?퇴사를 결심하고 술의 힘을 빌려?고백한다.
거절할 줄 알았던 그가 제안한 건 계약 연애. 서영은 쇼윈도라도 그의 옆에 있고 싶었다.
그가 그녀로 인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웃길 바랐다. 그 끝이 정해져?있다면 그것 또한 받아들이는 게 서영의 사랑이었다. 깔끔하게 돌아선 이별 이후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비겁한 사랑을 했는지 마주하게 된다.
“눈 감지 마.”
태욱이 명령하듯 말했다. 서영은 눈을 떠 그를 바라봤다.
“그래야……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지.”
그가 벌하듯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