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로 시작하는 난해한 시 「오감도」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구절로 유명한 소설 「날개」의 작가 이상. 괴짜 또는 천재로 평가받던 그의 독특한 작품만 접했던 독자들에게 누군가의 오빠이며, 형이고, 또 동료로서 쓴 편지글을 소개한다. 애인과 함께 만주로 야반도주를 한 여동생 ‘옥희’의 선택을 존중하고 앞날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 일본에서 폐결핵을 앓던 와중에 남동생 ‘운경’에게 보낸 고국에 부치는 마지막 편지, 그리고 동료 문인이자 멘토로서 이상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던 시인 김기림에게 보낸 여러 편의 편지를 한데 엮었다. 이 편지들에서는 고뇌 끝에 탄생한 문학가의 작품이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일상의 언어로 서술한 인간 김해경의 삶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