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이 일제에 체포되어 고된 옥살이의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형수 역시 남편의 죽음을 비관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등 일제에 의해 가족을 잃게 된 현진건. 그의 작품에 식민지 조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현진건의 글들은 당시의 소설들보다 진일보한 세련된 작품들임은 물론, 문학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책에서는 그의 소설 중 독자들이 짧은 호흡과 깊은 몰입으로 금세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단편소설 세 편을 엮었다. 「B사감과 러브레터」,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세 편 모두 그의 대표작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으며, 1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여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