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속에서 남자는 그림처럼 앉아 있었다.
세상의 무엇과도 무관한 것처럼.
그는 우연한 침입자에게 선뜻 그늘을 내어 주곤 말했다.
“네 이름을 말하는 건 네 자유지만, 조심하는 게 좋아.”
“왜요?”
“운명이 엮이는 건 순식간이고, 이름을 나누면 돌이킬 수 없어.”
샐리는 고민도 하지 않고 즉답했다.
“샐리 맨디.”
화로에 필연 같은 불씨가 튀었으니 남은 것은 불꽃을 키우는 일이다.
더 크게, 더 뜨겁게, 영원에 가깝게.
*
“너 악마라더니 사람 홀려서 정기 먹고, 뭐 그런 거야?”
“몽마 말이야? 아니야.”
얼핏 순진한 표정을 한 도엘이 이어서 말했다.
“내가 몽마가 아닌 게 너한테는 다행일걸.”
“왜?”
“몽마였으면 하루 종일 입 맞췄을 테니까.”
시골 빵집에서 일하다 전장의 선두에 서기까지.
타고난 마법사와 권태로운 악마의 대기만성 로맨스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