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새로운 친구에게 인사하세요. 이 애 이름은 칭기즈예요.”
어느 날 아침 리버풀 근처 부틀에 자리한 줄리의 학교에 두 아이가 나타난다.
햇볕 쨍쨍한 한여름에 북슬북슬한 털이 달린 미친 것 같은 외투를 입고서.
몽골에서 온 칭기즈와 네르구이 형제. 마치 선생님과 힘겨루기라도 하듯 건방지기 짝이 없는 태도의 칭기즈와 말이 없는 네르구이. 그 애들은 교실에서 모자조차 벗지 않으려고 한다. 화장품과 좋아하는 남자애한테만 관심 있던 평범한 아이 줄리는 갑자기 나타나 생소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 이방인에 온통 마음이 끌린다. 세상에, 사람에게 매를 길들이는 기술이 필요할 수 있다니, 나름 6년이나 학교에 다니며 배울 만한 것은 다 배웠는데…….
자신의 무식함과 강렬한 호기심을 동시에 느낀 그때 칭기즈가 줄리를 콕 집어 ‘좋은 길잡이’로 지명하고, 그 순간 줄리는 화장이나 남자애에 대한 생각을 딱 그친 채 기꺼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결심한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진정한 유목민이 새로운 낯선 곳에 왔을 때 필요한 ‘좋은 길잡이’. 줄리는 두 아이에게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물을 알려 주고 놀이 도구는 어떻게 정리하고 축구 규칙은 어떤지 등 모든 일을 가르쳐 주고, 특이한 외투를 벗고 평범한 옷을 입으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칭기즈와 네르구이는 자기들의 습관을 거의 바꾸지 않지만 어느 겨를에 외투를 벗고, 그러면서 조금은 이상한 우정이 발전한다.
사진을 찾고 자료를 조사하고, 들고 다니는 대나무 궁전에 전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 칸에 바다처럼 넓다는 초원에…… 줄리는 몽골에 대해 모르는 거 빼고는 다 알게 된다. 하지만 비단 방에서 마두금을 타고 사모바르가 보글보글 끓고 있을 칭기즈네 집에 대해서만은 별로 알아낸 것이 없다. 그 애들이 부틀 어디에 사는지조차 모른다. 거긴 무엇인가 비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