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 산들 분다

최성각 | 오월의봄 | 2021년 12월 1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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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최성각의 글들은 아름답고 힘차다. 꼭꼭 눌러 담겨 허튼 데가 없다.”

좋은 산문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
산문정신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책!
최성각의 ‘폼나게 빈둥거리는’ 삶
“자주 소리 내어 웃고, 바로 옆에 누가 있는지 정신 차리고 알아보는 일,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최성각의 글들은 아름답고 힘차다. 꼭꼭 눌러 담겨 허튼 데가 없다. 길건 짧건 다르지 않다. 그는 삿된 꾸밈새나 비본질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가 진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시인 김사인)

시인 김사인의 말처럼 최성각의 글은 아름답고 힘차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인간과 이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성각의 산문이 지닌 힘이자 매력이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산들바람 산들 분다』도 마찬가지다. 최성각의 글이 늘 그렇듯이 이 책에도 “내 시간의 온전한 주인으로서” 살아온 자유인의 거침없는 삶의 성찰이 담겨 있다. 그가 늘 견지해온 생명에 대한 애정은 물론 그가 살아온 일상이 아름답고 힘찬 문장에 가득 담겨 있다. 그야말로 좋은 산문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 산문정신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이런 최성각의 글을 두고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그러나 아직도 찾아보기 어려운, 진정한 문학적 발언에 속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성각은 1990년대 초 서울 상계동 쓰레기 소각장 반대운동에 이어 1999년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라는 환경단체를 만들며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특히 ‘풀꽃세상’은 새나 돌멩이, 조개, 지렁이 등 비인간에게 참회와 감사의 환경상(풀꽃상)을 드리는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벌여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4년 동안 여덟 차례의 풀꽃상을 드린 뒤 ‘풀꽃세상’을 회원들에게 넘기고, 2004년 강원도 춘천 외곽의 골짜기 툇골로 들어가 산촌생활을 시작했다. 『산들바람 산들 분다』는 최성각의 18년여의 툇골 산촌생활 기록을 모은 것이다.

저자소개

저: 최성각
사람들이 ‘환경운동하는 작가’라고 부른다. 그런 작가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날 두 차례 신춘문예 당선 이후 『잠자는 불』, 『택시 드라이버』, 『부용산』 등 몇 권의 ‘소설집’도 펴냈으나 2000년도 초 서울 상계 소각장 건설 소동에 휘말린 이래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다.

1999년 화가 정상명님의 작고한 따님의 이름인 ‘풀꽃’에서 따온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라는 환경단체를 만들어서 새나 돌멩이, 조개, 지렁이 등 비인간에게 참회와 감사의 환경상(풀꽃상)을 드리는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벌였다. ‘풀꽃운동’은 한국 환경운동사에 처음 출현한 심층생태학에 바탕을 둔 시민운동이었다.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삼보일배’, ‘생명평화’ 같은, 없던 말을 만들었다. 4년 동안 여덟 차례의 풀꽃상을 드린 뒤. 당시 ‘시민 있는 시민운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풀꽃세상’을 회원들에게 넘기고, 2003년 ‘풀꽃평화연구소’라는 임의 기구체를 만들었다. 이듬해인 2004년 춘천 외곽의 골짜기 툇골에 들어와서 연구소를 돕는 사람들과 같이 텃밭도 가꾸고 땔감도 마련하고, 거위도 키우고 버려진 나무들로 이것저것 만들면서 산촌생활을 시작했다. 조금 일하고 많이 노는 것을 결사적인 목표로 삼고 마침내 생계노동에서 벗어난 ‘기쁨의 노동’을 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팡질팡 비틀거리는 게 일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운동을 하든, 자기표현이라는 욕구에 부응해서 글을 쓰든, 여기 존재하는 이유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조금이라도 더 폼나게 빈둥거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 생태소설집 『쫓기는 새』, 『거위, 맞다와 무답이』,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 생태산문집 『달려라 냇물아』, 『날아라 새들아』, 환경책 독서잡문집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욕망과 파국』 등이 있다. 요산문학상, 교보환경문화상 등을 받았다.

목차소개

들어가는 글_ 나는 언제나 폼나게 빈둥거리고 싶었다.

봄, 마른 낙엽을 밀어내는 원추리 새순

봄이 오니 마당의 짐승들도 바빠지네
히말라야 당나귀’ 한 마리를 키울 것이다
오두막 지붕에 올라 고광나무꽃 향기에 취하다
로렌스의 뱀과 나의 척사툇골도
장닭을 잃었건만, 내가 할 일은 없었다
올해에도 논에 물을 대신 앵두할아버지
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마을까지 엄습한 종자전쟁
‘길’에 관한 다섯 개 허튼소리

여름, 개울에 빠진 거위

버려진 것들의 생명력
내 등판은 거위 놀이터다
이젠 사람이 아니라 거위를 섬길 때다
쥐와 싸우면 못 이긴다
정자 기둥을 잘라 평상을 만들다
철근이와 구리
오두막 한 채는 내 오래된 꿈이었다
깻잎이 자야 한다
배나무 지팡이
감히 파리채로 뱀을 기절시키려 들다니
버들치가 사라지니 웅덩이도 죽었다
사라진 물까치, 녹고 있는 빙하
오남매 숯가마 이야기

가을, 밤송이 속에 파고드는 달빛

초가을 텅 빈 산길 30리
뽕잎 따는 날
저수지 옆, 숲에서 만난 소년
가래나무 아래에서 ‘생명평화’를 생각하다
가래나무 내 친구
가래알을 씻어 말리면서
시드는 풀을 바라보며 배운다
달밤에 말벌집을 떼내다
땔감을 마련했으니, 겨울이여 어서 오시라
빼빼의 일생
뱀을 만나야 한다

겨울, 적설에 부러지는 귀룽나무 가지

시골에 뿌리내리는 법
산촌의 겨울
제복(祭服)과 땔감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 일들을 묵살하기
거위와 같이 사는 이유
흰둥이’의 짧고도 고독했던 일생
산촌의 겨울 고라니
겨울밤, 우리 봉단이
세밑의 들기름 한 병
봄을 기다렸던 나의 이웃, 박나비
봄이 오면 접시꽃을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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