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출신 서미숙 수필가의 첫 수필집 『남의 눈에 꽃이 되게』.
‘나의 민낯을 마주하고 끝없이 성찰하여 더 나은 방향을 지향하게 하는 치유와 위안의’의 글로 수필이 맞춤이었다는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발표해온 작품을 한데 묶었다. 5부로 나누어 실은 45편의 작품은 그간 각고의 열정, 노력으로 수필에 천착해온 작가가 어여쁘게 피운 꽃이다.
서미숙 수필가는 안동문화 지킴이로,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원, 향토문화지 <사랑방 안동> 편집위원 등을 역임했고, 안동의 고택, 정자, 사람책(human book)을 취재, 열람하고 그에 관하여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어 소중한 기록을 남기는 등, 안동의 정신문화, 선비문화를 소중하게 지키는 활동가이며 자유기고가이기도 하다.
작가의 삶터인 고향 안동이 상징하는, 고상高尙하고 고아高雅한 우리 전통문화, 의식주 문화에 기반한 정서에, 나, 가족 풀꽃 독서 사회 현상 등 다양한 글감에 삽상한 글맛을 보태 써 내려간 각 작품에는 본래적 삶에 가치와 의미를 두는 작가의 올바른 마음이 담겨있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것을 끌어안고 살아왔다. 작은 단칸방에 좁다란 마루를 낸 퇴계 이황의 계상서당, 가난해도 즐거운 고봉 기대승의 낙암, 네 사람이 마주 앉으면 무릎이 닿을 듯하던 동화작가 권정생의 골방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한옥의 작은 방이 기가 빠져나가지 않아서 좋다고 했던가. 이젠 더 많이 가지려고 바동거리기보다는 가진 것을 줄이고 덜어내며 절제미를 배우고 싶다. -「작은 집」중에서-
‘사람은 꽃’이다, “남의 눈에 꽃이 되게” 살라는 삶의 지혜, 지식 노하우를 가르쳐주신 존재인 ‘사람책’ 어른들의 가르침과 사랑, ‘고구마’ ‘감자떡’ ‘사돈 상’ 같은 음식문화에 관한 독특한 일별과 추억, 보이스피싱, 독서교육, 비정규직 등 최근의 사회적 이슈, 만휴정 초간정 말무덤 등 역사의 장소에 이르기까지, 전편의 글에서 작가는 편안하면서도 유려한 글솜씨로 재미를 주면서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지켜야 할 진정 풍요로운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담백하게 보여준다.
…말 한마디의 무게를 저울질해본다. 공자는 <논어> 위령공 장에서 ‘말할 만한데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 말할 만하지 않은데도 말하면 말을 잃는 것이다.’라고 했다. 돌부처처럼 침묵해야 할 때가 있고, 때와 장소에 맞게 말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리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동화처럼 입이 근질거리는 사람, 말 때문에 발등을 찧고 괴로운 사람들이라면 말무덤을 한 번 찾아볼 일이다. 살아오면서 말무덤에 묻어야 할 말, 비수가 될 말이 얼마나 세상을 헤집고 다녔던가. -「말무덤」중에서-
“꽃들에게 미안하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어여쁜 모습을 봐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화장실 갈 때마다 한눈파는 나팔꽃이 시위한다. 더는 한눈팔지 말라고.”(「한눈팔기」 중에서)-이런 절실한 마음으로 수필 쓰기에 매진하며 “대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애쓴다. 내가 살아온 날들이 누군가를 위무하고 자극이 되었으면 싶다”라는 희망을 담아 쓴 꽃향기 나는 책. 『남의 눈에 꽃이 되게』 “옛사람을 벗하는 읽기와 호기심으로 충전해가는 삶으로 다져진 내공을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다.”(장호병|(사)한국수필가협회 명예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