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한 기자 출신 수필가 박태우 작가의 첫 수필집 『여섯 번째 가족』. 서른세 해 동안 신문기자의 글로 세상과 소통해온 작가가 서정성과 예술성이 조화로운 수필 문학의 세계로 진입한 지 십여 년 만에 펴낸 따뜻하고 부드러운 수필집이다. 수필의 맛이 촉촉한, 그야말로 “단비 같은” 46편의 작품을 실었다. 가족, 고향, 일상 등의 소재를 별다른 꾸밈없이 소박, 편안하게 풀어가는 글은 소소하고 익숙한 우리네 삶의 풍경을 눈에 선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정이 뭉근하게 우러나는 웃음과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가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한다.
아침이면 몽실이는 새카맣고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내 곁으로 다가온다. 내가 양팔을 앞으로 쭉 뻗고 스트레칭을 하면 그놈도 앞다리를 한껏 뻗으며 주인의 아침 운동에 동참한다. 출근 준비로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 가방을 챙기면 그놈도 덩달아 허둥댄다. 우리 부부가 출근하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출입문을 온몸으로 막아서며 ‘멍멍’거린다. 문을 닫고 나와도 한참 동안 짖어댄다. 아내는 몇 번이고 고개를 뒤로 돌린다. -「여섯 번째 가족」-
꺼리던 강아지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실감 나고 정감있게 그려낸 표제작 「여섯 번째 가족」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사소하지만 소박한 일상의 가치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가족의 소중함이나, 고향의 추억,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다룬 글은 물론, 세태를 다룬 작가의 작품에서는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을 지나온, 기자의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만이 아니라 “‘화이부동’ ‘실사구시’의 자세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중요시한다.”라는 수필가 박태우의 수필론이라 할 만한 온기 있는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담겼다.
술은 묘한 힘을 지녔다. … 주류의 일체감 속에 비주류는 소외지대로 밀려난다. 주류와 비주류는 자연스럽게 금이 그어진다. 술자리에서 소외받는 비주류에 대한 배려는 별로 없다. … 주당들에게 외치고 싶다. 비주류의 애타는 심정과 고통을 조금은 읽어달라고, 또 주류의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지 말라고,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은 술판에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아! 비주류의 설움이여! -「비주류의 항변」-
그는 나이와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직업과 성별 사는 곳도 모른다. … 마스크는 어디에서 어떻게 구했을까. … ‘사회가 혼란스러워도 민초들의 향기 덕분에 돌아가는구나!’ 이를 두고 ‘인향 만 리’라고 하는 건가. 답신 메일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인향 만 리」-
현실과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할 줄 알지만,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우선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며, 가족과 친구, 공동체 모두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는 세상이 되기를 꿈꾸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부드럽고 향기로운 글맛에 담아 전하는 『여섯 번째 가족』.
사랑의 여분이 넉넉해지도록 거칠고 딱딱한 직선이 아닌 곡선의 문학을 추구한다는 박태우 작가가 세상과 아름답게 소통하려는 마음으로 온기를 넉넉하게 담아 수필의 진정한 맛을 맛보게 하는 수필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