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화에 대해서 말하는 일은 여전히 어떤 긴장을 동반한다. 그가 불과 스물서너살 젊은 나이에 일제시대 유일의 독립적 문인조직이었던 카프에서 서기장의 직책을 맡았던 것도 비상한 능력의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이지만, 그 카프의 해 체계를 일제 경찰에 자신의 손으로 제출한 것도 심상치 않은 역설이다. 날로 더해가는 군국주의의 압박 속에서, 한편으로 친일단체에 이름을 걸치고 다른 한편 근대문학의 역사적 형성과정을 이론화하는 작업에 몰두한 것도 그의 분열된 자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