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야.”
어리고 여린 마음도 같은 상처를 입는다.
서로 다른 마음의 눈높이를 맞추는 감동 심리 동화
무얼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는데 어른들은 일단 공부부터 하라고 하고, 또래 관계는 복잡하고 힘들어지고, 크고 작은 마음속 상처는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채 무시당하는 것만 같고……. 매일 한 뼘씩 자라는 몸만큼 마음도 단단해지면 좋으련만, 늘 그 속도는 엇박자다. 강한 척하지만, 아직 여린 마음이 단단해지지 않아 쉽게 상처받고, 그 상처가 더디게 아물기도 한다. 상처를 받은 것은 알지만 그 상처를 표출하고 해소함으로써 건강히 극복하는 법은 모른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그런 마음에 잘 귀 기울이지 못한다. ‘인생 더 살아 본’ 입장에서 보면 어린이들의 고민과 상처는 사소할 뿐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에 어른의 삶은 너무 고단하고 바쁘다. ‘애들은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돼’라는 어른들의 믿음은 가끔 어린이들에게 너무나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물론 자신의 마음을 냉철히 돌아보는 것은 어렵다. 어른에게도 어린이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어린이들은 마음이 아픈 정확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할 때가 많다.
최이든 작가의 『사라진 도플갱어』는 이러한 미묘한 아이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도플갱어’라는 신선한 콘셉트를 통해 매력적으로 돌파하는 동화다. 주인공 태현은 그러한 과거의 아픔을 도플갱어라는 특별한 형태로 만나게 된다. 도플갱어란 ‘자신의 환영을 보는 것 또는 그러한 증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다. 태현의 도플갱어는 태현과 아빠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 나타나 나쁜 짓을 일삼으며 태현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태현은 그런 도플갱어가 마냥 밉지만, 과연 도플갱어가 오롯이 태현을 괴롭히기만 하는 존재일까? 어린 마음이 내뱉는 소리 없는 외침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이 동화는 태현과, 태현과 함께 도플갱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과, 태현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부모가 함께 만들어 가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성장과 치유의 드라마다. 특히 그 치유의 과정을 묘사하는 여우지니 작가의 일러스트가 아름답다. 응어리졌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태현이 맞이하는 희망적인 결말은 따뜻한 글과 그림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