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그럼 저랑 내기하실래요? 제 하녀의 이름도 한 달 뒤에 잊고 계실지, 아닐지.”
“그나마 다행이네. 눈 한번 마주치기가 어려운 하녀님이신데, 이름은 외우기 쉬운 편이라.”
리아나 시어도어는 주제를 아는 하녀였다.
제가 모시는 아가씨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황자와 한 내기마저 납득할 만큼.
하녀가 황자를 마음에 품다니, 가당치도 않지.
그래서 짧은 짝사랑을 접으려고 했는데.
“일리드 황자 전하가 마니쉬로 각성하셨습니다.
신관의 명에 따라 그를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아라드나인 리아나 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그가 자신이 없으면 죽는 몸이 되었단다.
*
“……리아나.”
일리드는 리아나의 여린 목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절대 해할 생각이 없음을 증명하려는 맹수처럼.
또는 잘 보이고 싶어 아양을 떠는 어린 짐승처럼.
“하마터면…… 다 죽일 뻔했잖아.”
일리드가 떨리는 손으로, 리아나의 옷자락을 말아 쥐었다.
“다시는, 날 혼자 두고 가지 마.”
그는 그저 잘 보이고 싶었다.
자신의 목줄을 쥔, 그만의 신에게.
그러나 그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리아나의 눈엔 공포만이 차오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