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자
아가씨와, 그를 지키는 기사의 이야기.
“헤이든, 나는 이번에야말로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헤이든의 주군, 레오닐라 후작가의 아네스는
오로지 황후가 되기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몇 년 전, 황태자와의 약혼이 무산된 이후 그의 우울은 깊어졌다.
이어지는 네 번의 자살 시도, 그리고 실패.
모두가 아가씨의 곁을 떠나고
오직 아가씨의 호위기사인 헤이든만이 곁을 지키고 있다.
‘헤이든, 그거 알아? 흔히 자살을 시도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은 생의 소중함을 알고 힘차게 살아간다고들 하지.’
‘…네, 다들 으레 그런 말을 하곤 하죠.’
‘그것은 남겨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야.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말이야,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죽음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사람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아, 오늘도 나의 주인께서는 죽음을 갈망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