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 그래야 손에서 놓겠지.”
마법사의 저주에서 살아남은 왕자, 에르베.
살아남은 대가로 손과 발이 닿는 곳마다 꽃이 피는 부작용을 얻은 채 폐허가 된 성에서 홀로 살고 있다.
변덕스런 마법사, 이클립스의 괴롭힘을 견디면서.
그러던 어느 날, 가시나무 숲에 낯선 기사가 침범한다.
에르베는 쫓아내려 하지만, 그에게 점차 끌리는 걸 느낀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이클립스는 둘 사이를 자꾸만 방해하는데.
“만일 내가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뿐이라 하더라도, 그걸 당신이 신경 쓸 이유는 없는 거잖아.”
“나는 내 장난감을 오래 두고 보고 싶은 것뿐이야. 갑자기 망가져 버리기라도 하면 아깝잖아.”
“이클립스, 내 악몽은 너야.”
이클립스의 악몽과도 같은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은 에르베.
무사히 저주를 풀고 그의 곁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
“내게 건 저주를 풀어 줘, 이클립스. 나를 이제 그만,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어 줘.”
그가 굳어 버리는 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했던 소원이었지만, 지금까지는 받아들여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맹세에 얽매여 있었다. 이클립스는 이를 함부로 거절하지 못하리라. 에르베는 제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남은 흔적을 믿고 있었다.
“하라, 공주님. 그건……. 죽지 않겠다고 했잖아.”
“죽여 달라고 한 것도, 죽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이클립스는 불안했다. 왜 그런 맹세를, 그렇게 쉽게 해 버린 걸까. 무슨 자신감이 그리 넘쳐서. 이클립스는 애원하듯 에르베의 얼굴에 제 얼굴을 비볐다.
그러나 이클립스에게는 에르베의 소원을 거절할 권한 같은 건 없었다. 이미 그것은 에르베에게 쥐여 준 후였으므로.
“하라, 난……. 그래도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영원히, 내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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