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오년 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여 세권의 수필집과 한권의 시집을 발간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의 글은 고정된 틀 속에 갇혀 한발자국도 새롭게 더 나가지 못하고 제 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한 마리 새가 되어 창공을 훨훨 날기 위해서는 알껍데기를 깨고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데, 아직도 알 속에서 갇혀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창공을 힘차게 날아오르겠다는 아름다운 소망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에게 던져본 질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신(神)만이 올바른 답을 할 수 있겠지요.
글을 쓰면서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이 삶의 시작과 끝에 대한 궁금증이었습니다. 삶의 시원(始原)과 소멸에 대하여 궁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글이 어둡고 무거워졌나 봅니다. 나를 아끼고 염려하는 문우들이 좀 더 밝게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여, 지금은 삶의 본질 문제와 같은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그려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필집의 제목도 노인들의 허허로운 삶을 그린 “개밥지기”로 정 하였습니다. 글을 쓸 때 가능하면 노인네 티를 안내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으나 나이든 것을 온전히 감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침노을 보다는 저녁노을에 정감이 가니 어찌 합니까.
지금 교육현장이 여러 가지 문제로 매우 시끄럽습니다. 아니 혼란스럽다는 말이 옳을 듯합니다. 난마와 같이 얽힌 학교교육을 제대로 풀어나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학교교육의 문제점 몇 가지를 정리하여 하나의 장(章)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문제의 심각성만이라도 공유해 보겠다는 뜻에서 한두 편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9년, 세 번째 수필집 “하늘을 보라”를 발간 후, ‘문학저널’에 연재한 글과 기타 문학지에 발표하였던 글을 모으니 책 한권 분량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동은 고사하고 읽히지도 않는 글을 또 책으로 엮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적지 아니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땀과 정성이 배어있는 글을 방치하는 것도 옳은 일 같지 않아, 다시 흔적을 남기기로 하였습니다.
예나 다름없는 똑같은 글로 네 번째 수필집을 내는 주책없는 노인의 허욕을 소납(笑納)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네거리 한 가운데 서서 갈 길을 몰라 방황하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측은지심으로 길을 일러주시고 손을 맞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세권의 수필집(드러누워 보는 세상, 참을걸 베풀걸 즐길걸, 하늘을 보라)과 한권의 시집(배꼽)을 출판하여 주시고, 이번에 다시 네 번째 수필집(개밥지기)을 근사한 장정(裝幀)으로 멋지게 펴내주신 문학저널 김창동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한명희, 작가의 말(책머리글) <창공을 힘차게 날아오르겠다는 아름다운 소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