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8년 초판본으로 만나는『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19세 여성 작가의 천재적 상상력이 빚어낸 과학소설의 백미
『프랑켄슈타인』은 두 판본이 있다. 첫 판은 1818년 런던에서 출판되었고, 1831년 많은 부분을 고쳐 개정판을 냈다. 1818년 초판이 영국에서 출간될 당시 작가는 익명이었고, 책 제목은『프랑켄슈타인; 혹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였다. 영문학자이자 여성학 박사인 멜러Anne K. Mellor는 <어떤 프랑켄슈타인 텍스트로 가르칠 것인가>에서 1818년판과 1831년 개정판을 비교하면서, 메리 셸리의 개인적인 경험과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으로 생겨난 비관주의로 인해 1818년 텍스트에서 두드러졌던 메리 셸리의 철학적 견해가 1831년 개정판에서는 모두 사라졌다고 쓰고 있다.
‘원전으로 읽는 ? 움라우트 세계문학’ 시리즈로 출간된『프랑켄슈타인』은 1818년판을 정본으로 삼아 번역했지만, 독자들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제목은『프랑켄슈타인』으로 하고, 표지에 원래 영문 제목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를 표기했다.
여지희 번역가는 <옮긴이의 말>에서 “간혹 어떤 문장의 내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그 내용에 덧붙여진 분위기를 전달하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질 때마다 그 문장을, 그 문장에 쓰여진 단어 하나하나, 문장부호 하나하나를 한참 들여다본다. 그리고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그 단어를 고르고, 문장의 그 자리에 쉼표를 찍거나 찍지 않은 작가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옮겼다고 밝혔다.
정확하고 바른 번역으로 원전의 표면적인 의미는 물론 감추어진 맥락과 저자의 의도까지 그대로 담아낸『프랑켄슈타인』을 통해 과학소설과 공포소설이 융합한 걸작으로 초판이 출간된 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고전으로 손꼽히며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를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사회에 어울릴 수 없었던 괴물의 고독과 절규,
그를 향한 혐오와 폭력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의 원리에 관한 호기심에서 자연과학의 이론을 깊이 탐구하다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실험을 시작하고 마침내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킨다. 그러나 그가 탄생시킨 생명체가 흉측한 몰골을 한 괴물임을 확인하고는 도망치고 만다. 괴물은 그를 향한 혐오와 분노, 폭력에 맞닥뜨리며 인간 사회에 끊임없이 구조 신호를 보내지만 거절당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괴물은 끝내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에게 잔인한 복수를 결심하고 프랑켄슈타인의 막냇동생과 아끼던 하녀, 친구와 아내의 목숨을 차례대로 빼앗는다. 괴물은 또 다른 창조물로서 자신과 똑같은 이성을 만들어달라고 프랑켄슈타인에게 간청한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 그를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의 세계를 파괴하는 괴물을 악의 화신으로만 몰아갈 수 없는 것은 끝내 고독한 존재로 남겨진 그에게 연민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에 대해 독자들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 그만큼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깊고 오묘하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도덕적 책임에 대해
인류에 던지는 경고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은 관자놀이에 나사가 박힌 흉측한 몰골을 한 거대한 몸집의 괴물이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창조해낸 과학자 이름이며, 정작 괴물은 이름이 없다. 이 같은 괴물 캐릭터는 1931년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 이미지로 재탄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리 셸리의 원작 『프랑켄슈타인』은 이후 영화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아이, 로봇」 등의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 과학자가 자신의 결과물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저버린 결과, 끔찍한 재앙이 닥친다는 설정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돌아보게 한다.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싶었지만, 인간 사회에 어울릴 수 없었던 괴물 캐릭터는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폭력적인 잣대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내적 성장, 고독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에게는 무한한 사고의 확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소설이 출간된 지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류 사회가 나아가야 할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히 최고의 과학소설이라는 문단의 평가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