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부 인생이 끝이라고 느껴질 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다
육신의 눈은 뜨지 못했지만 마음의 눈을 뜨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기꺼이 받을 수 있다면
소소한 성취감이 쌓여 괜찮은 삶을 만든다
2부 작은 것들을 다시 시작할 때
마라톤을 하면서 느낀 것들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국가대표가 되었습니다
눈 뜬 자들의 도시에서 눈먼 자로 살아가기
어느 덕후의 고백
다행이다
3부 하고 싶은 일을 간절히 한다면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할 때 결과는 달라진다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공부하는 법
책이 다 뭐라고
눈꺼풀이 제일 무겁다
공부도 소화불량에 걸린다
숲에서 길 찾기
반복 또 반복
공부는 리듬이다
인생에서 친구가 필요한 이유
뒤처질까 봐 실패할까 봐 두렵다면
4부 판사가 되어 간다는 것이란
우당탕탕 첫걸음
공익 변호사의 길
내가 생각하는 포용사회의 출발점
감정 노동자의 애환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판사가 되기까지
사람의 목숨값을 정할 수 있을까?
AI와 판사
판사의 길
“해보고 안되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아요”
시각장애인 판사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법
갑자기 이유 없는 큰 불행이 인생에 닥친다면 어떨까? 나의 잘못 없이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사고를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서른한 살, 저자는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IT전문 변호사를 꿈꾸며 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간단한 시술을 받았는데 그 선택이 그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았다. 주사액이 혈관으로 들어가 역류하면서 눈으로 가는 동맥을 막았고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시신경이 괴사했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에게 남은 건 시각 상실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저자는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이 불행을 인정하고 다시 공부에 도전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재판연구원과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를 거쳐 판사가 되었다. 이 책은 갑작스런 사고로 시각을 잃었지만 절망을 딛고 법관이 되기까지의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낸 그의 첫 번째 에세이다.
“세상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더니 나를 두고 한 말이었다. 세상을 사는 데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고 내가 내린 답을 믿고 나아갈 뿐이다. 지레 겁먹고 피할 것이 아니라 뭐든 해 봐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본문 중에서)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큰 시련을 마주할 수 있다. 이때 저자는 현재 어떤 상태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판사는 절망 대신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결단, 지금 나한테 최선인 일을 실행하는 도전, 계속 해 나가게 이끄는 작은 성취, 주위의 보살핌과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삶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 절에서 하루 3천 배 한달 9만 배 기도를 드리고 “육신의 눈을 뜨지 못했지만 마음의 눈을 떴다”라는 스님의 말씀에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은 일,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 유일한 동아줄이라고 판단하고 음성변환프로그램에 의지해 공부를 시작, 성적 우등생으로 로스쿨을 졸업하고 경쟁을 통해 당당히 판사에 임용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풀어놓는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셔라. 나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멈추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도전을 하고 노력해 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다”(본문 중에서)
인생의 혹독한 슬럼프는 우리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 좌절과 포기에 익숙해진 요즘 시대, 이 책은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닿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뭐든 해 봐요』는 저자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담담한 응원의 메시지다.
“그 일이 어렵거나 실패할까 봐 두렵다면
천천히 가도 괜찮다”
인생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담담한 위로
“사람들은 장애인을 여러 시선으로 바라본다. 무시하고 차별하기도 하고,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하며, 대단하다고 감동받기도 한다. 어떤 대상을 접하고 어떤 감정이 드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나는 그런 대상이 되기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사는, 어딘가 불편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한 인간일 뿐이다.”(본문 중에서)
『뭐든 해 봐요』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판사라는 직업인으로 또 소박한 일상을 즐기는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며 법조인으로서 가져야 할 균형 감각과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 그리고 기록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열정을 배웠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본인도 장애인이지만 놓치고 있었던 장애인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으며 감정노동의 애환을 경험했다.“시각장애인 판사라서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판사라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라는 최영 시각장애인 판사님의 말씀처럼 판사로서의 엄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 동시에 마라톤을 즐기고 쇼다운국가대표 선수로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했다. 주말이면 여자친구를 만나거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손수 요리해 대접한다. 음악을 듣고 게임을 즐기고 무협소설과 웹소설을 읽으며 넷플릭스로 〈오징어 게임〉과 〈지옥〉을 듣는다. 저자는 사고 이후 무너진 일상에서 돌아오면서 자신을 기쁘게 했던 것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할 수 없게 된 작고 소소한 것들이 하나하나 돌아오면서 느끼는 성취감이었다고 말한다.
그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살아가는 어딘가 불편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고 부딪히며 자기답게 살아가는 그를 보면서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동시에 글 전반에 녹아있는 위트 있는 글솜씨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그의 유쾌한 시선과 소탈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을 인정하고 미래를 바꾸어가는 것, 이것이 인생의 사는 지혜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각상실이라는 장애를 받아들이고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인생의 큰 시련 앞에 저자가 보이는 태도에서 우리는 단단한 조언을 구할 수 있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