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쫓기고, 피하는 게 일상인 녀석들의 내 집 사수 대작전
“우리에게도 집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
“우리에게도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아파트 지하실, 화단, 주차장 등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인간이 아닌 주민들이 살고 있다.
과연 그들은 도심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놀라운 상상력으로 세밀하게 그려낸 ‘도심 속 동물들’의 세계
그 속에서 발견하는 ‘사람과 동물의 공존’과 ‘동물권’ 그리고 동물들의 ‘정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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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어린이문고 66권. 도시에서 흔히 보이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동물들 새, 쥐, 유기견, 길고양이 등 이른바 ‘도심 속 동물들’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화려해 보이는 도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의 환경과 문화 속에서 동물들이 자신의 삶 그리고 생존과 직결되는 ‘집’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이 책은 어쩌다 길가에서 사체로 발견되는 것이 그저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 되어버린, 사람을 피해 다니며 어둡고 더러운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당연해진 도시의 동물들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이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세상과 동물권, 나아가 동물들의 정주권을 생각해 보게 한다.
용감한 녀석들이 펼치는 별별 일!
화려한 도시 속 동물들의 은밀한 움직임
어느 날, 하수 구역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쥐인 듯 아닌 듯한 이 생명체, 바로 햄스터 ‘햄순이’. “사육장이 뭐야?” 하수 구역을 이끄는 대장 쥐의 물음에 햄순이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가둬 놓고 기르는 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는 새로운 집에 도달한 햄순이와 이 불청객을 마주한 하수구 쥐 무리의 이야기 「용감한 녀석들」로 시작된다. 같은 쥐 종족이지만 극명하게 다른 대접을 받아온 캐릭터들은 서로 다름에도 생존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조금씩 곁을 내어주며 ‘우리’가 되어간다. “무리의 수를 늘리는 방법은 꼭 새끼를 낳아야만 하는 게 아니었다. 누구든 받아들이고 함께하면 우리가 될 수 있다.” 생존을 위해 ‘우리’에서 멀어지고 각개전투로 살길을 찾는 현대사회에서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또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음을 말한다.
두 번째 이야기 「코점이」에는 태어난 순간부터 개농장에서 ‘뜬장’으로 불리는 집에 갇혀 살아온 개가 등장한다. 몽둥이를 든 남자에게 끌려가던 날, 필사적으로 도망친 개는 생애 처음으로 흙바닥에서 뛰어 보고 향긋한 풀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나무를 보자 오줌이 누고 싶었다. 뒷다리를 들고 한참을 시원하게 쌌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본능이었다. 농장에서는 본능조차 누르고 살아야 했다.” 해방감은 잠시, 도시의 문명이 동물에게 미치는 각종 악영향을 보여주듯이 코점이는 도시의 차가움에 몸도 마음도 고통받는다. 하지만 반대로 문명을 이용하는 사람에 의해 동물들은 구원받기도 한다. 코점이는 사람 손에 이끌려 결국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에 도달한다.
한편, 쓰레기수거장 옆 스티로폼에서 사는 하늘다람쥐도 있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다음부터 뭐든지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을 혼내 주고 싶은 ‘쉬웅’이는 엄마가 실수로 버린 카드를 찾으러 쓰레기수거장에 온 준호를 만난다. 「쉿! 쉬웅」은 준호와 쉬웅이가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을 혼내주기 위해 팀을 이루고 비밀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상처와 잘못을 극복하기도 하고, 사람과 동물이라는 경계를 넘어 동등한 입장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오! 맘에 꼭 든다, 꼭 들어! 서로 예의와 의무를 지키는 거.”
이 책에서 동물들은 자신들만의 이기적인 생존만을 꿈꾸지 않는다. 사람 말을 유능하게 하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가족 때문에 가출한 앵무새 땅콩이는 다른 동물들의 무시와 사람들의 위협 등 온갖 서러움을 겪는다. 가출한 땅콩이의 하루를 그린 「땅콩이 가출 사건」에서 땅콩이가 동물들과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이 도심에서 얼마나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지, 사람에게서 얼마나 다양한 위협을 받는지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자신들만의 삶이나 영역을 지키려고 하지 않고 사람들과의 공존을 생각한다.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에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운명 공동체인데.” 동물들과의 대화의 끝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지구별 ‘큰 집’을 꿈꾸게 된 땅콩이는 처음으로 하늘 높이 비상한다.
반대로 사람들은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고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별별 아파트에 일어난 별별 일」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동물들이 생각보다 우리의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사람들이 도심 속에서 동물들과의 공존에 무심할 때 동물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게 한다. 아파트 재개발을 추진하는 아파트 사람들. 동물 입주자들은 재개발을 막기 위해 비밀 작전을 펼치고 끝내는 투표장에 난입하며 세상에 자신들이 존재함을 목청 높여 소리친다. “맞아, 아파트에는 사람만 사는 게 아니지. 태우야,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파트 곳곳에는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계를 꿈꾸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창작 동인 ‘어흥’의 첫 책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집을 찾거나, 향하거나,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동물들은 항상 사람을 피해 숨고, 사람에게 쫓기고, 사람을 피한다. 그 몸부림과 함께 동물들은 이야기 내내 거듭해서 질문한다. ‘그래서 도대체 우리 집은 어디란 말이야?’
생존이 곧 집이라는 공식 아래 결국 그들이 목청 높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삶이다. 사람의 안락한 집을 만들기 위해 동물들의 집은 허물리고,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지는 구조는 동물들의 숨통을 좁힌다. 결국 동물들의 생존이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현대사회에서 저자들은 이 책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라는 제목을 통해 동물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사람과 동물의 공존과 동물권, 나아가 동물들의 정주권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오랜 시간 다양한 주제로 독자들에게 말을 걸어온 동화 작가 안미란, 박미라, 황선애, 이자경, 한아로 구성된 창작 동인 ‘어흥’의 첫 작품이다. 다섯 작가는 어린이와 어른이 흥나는 동시에 어린이 책 작가들이 흥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징검다리 삼아 재미난 소통을 하겠다는 목표 아래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바 있는 황성혜 작가가 도심 속 동물들의 세계를 그림으로 실감나게 옮겼다.
또한 다섯 이야기는 하나의 주제 아래 서로 다른 주인공들이 이끄는 독립된 이야기이지만 한 도심을 배경으로 삼아 전개되고 있어 하나로 연결된다. 한 이야기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동물은 다른 이야기에서는 스쳐 지나가거나 주변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보물찾기처럼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어 마지막까지 읽는 재미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