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살인인가, 아니면 혁명인가?
세상을 바꾼 극적인 암살이 쉼 없이 이어진다
◎ 도서 소개
파라오에서 대통령까지
누구도 암살의 비수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앞으로는 정치, 종교, 혁명, 전쟁 옆에
암살의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살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바로 어제까지 일어난 거의 모든 암살 사건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책과 논문, 인터넷 기사를 바탕으로 수백 건의 암살 사건을 검토하여 자신만의 필체로 풀어냈다. 섬뜩하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암살은 가십거리에 불과하며 컬트적인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잊게 될 것이다. 역사의 분기점마다 암살은 은밀하게, 혹은 공공연하게 함께했다. 게다가 단순히 암살 사건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대한 참고문헌을 통해 암살자의 심리까지 재현해냈다. 이 책과 함께라면 이면에서 역사를 움직여 온 암살을 양지로 드러내 제대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푸틴 대통령을 암살해야만 끝날 것”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두고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의원은 2018년에 김정은 암살을 제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대로 러시아의 목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암살이다. 러시아는 푸틴 정권에 비협조적인 자에게 ‘방사능 홍차’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암살은 카이사르의 최후나, 유비소프트의 게임 〈어쌔신크리드〉에 등장하는 옛날이야기가 아닌, 지금-여기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암살은 전쟁보다 현실적으로 나은 대안일지도 모른다. 《손자병법》을 쓴 손무나, 고대 인도 철학자인 차나키야는 암살은 십만 명의 군대가 할 일을 혼자서 해내기 때문에 전쟁보다 경제적이고, 무고한 일반인이 아닌 권력자가 죽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간적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상을 일으킨 히틀러에겐 적어도 청년 시절에 7번, 권력을 잡은 뒤 25번 이상 암살 시도가 있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죽었다면 수천만에 달하는 전쟁의 사상자와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그레이엄의 발언은 단지 강경파 의원의 수위 높은 해프닝에 불과한 것일까?
암살이라는 새로운 한 축
사라예보의 총성이 제1차 세계대전을 불러왔듯, 암살은 역사의 방향을 바꾸어 왔다. 히피의 몰락은 베트남 전쟁 종전과 에이즈 창궐 때문이라고만 알려졌지만, 사실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이 샤론 테이트를 암살한 사건이 몰락의 신호탄이 됐다. 경제 측면은 또 어떤가.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통해 대공황에 빠진 미국을 건져 올렸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당시 부통령이었던 존 낸스 가너는 뉴딜 정책에 부정적이었다. 주세페 찬가라가 루스벨트를 노리고 쏜 총알이 빗나가지 않았다면, 가너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을 것이고 대공황을 탈출한 뉴딜 정책의 신화는 물거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암살은 전쟁, 정치, 경제 등 흔히 생각하는 역사의 중심축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아니, 차라리 주목받지 못한 하나의 중심축이라고 말하는 게 맞겠다. 실패한 암살이든, 성공한 암살이든, 암살 사건을 돌아보는 건 역사의 분기점을 돌아보는 일이다. 다만 기존의 역사 서술과의 차이점은, 어느 것보다 흥미진진하다는 점이다.
암살에 얽힌 인간의 이야기
현실의 암살에는 자신의 신조에 목숨을 바치는 ‘암살단’도, 언제나 여유가 넘치는 ‘제임스 본드’도 없었다. 대체로 암살의 순간에는 긴장 때문에 한바탕 촌극이 벌어졌다. 멀쩡한 총이 격발되지 않거나, 혼란 속에서 주동자들이 서로를 찌르는 일이 빈번했다.
암살이라는 단어는 비정하고 참혹한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연루된 사람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준다. 칭기즈칸은 불우한 어린 시절 배고픔 때문에 이복형을, 아리스토게이톤과 하르모디우스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히파르코스를 암살했다.
암살 희생자들도 마찬가지다. 아우구스투스가 고백했듯, 통치자는 안전한 친구도, 안전한 공간도, 안전한 시간도 없기에 늘 가슴 졸이며 살아야 했다. 책에서 등장하는, 암살당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대왕인 키루스는 죽기 직전까지 암살을 대비하며 한시도 긴장을 놓지 않았기에 평화롭게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은밀한 시선
이처럼 암살은 역사의 중심축을 차지하는 동시에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암살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심지어 ‘암살이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이것이 더더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살의 역사》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다. 온갖 욕망이 얽히고설킨 암살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보는 색다른 시선에 눈뜨게 될 것이다.
◎ 건들건들 컬렉션
유튜브 밀리터리 채널 ‘건들건들’이 큐레이팅하는 밀리터리 역작 컬렉션
〈건들건들 컬렉션〉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레드리버가 함께 만드는 전쟁사 ? 밀리터리 시리즈다. 최근 한국에도 밀리터리 도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양서가 번역되지 않아 외국어가 가능한 일부 마니아들만 즐기는 책으로 남아 있다.
〈건들건들 컬렉션〉은 레드리버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이 선별한 수준 높은 밀리터리 도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때로는 국내 전문가를 섭외하여 한국 독자들을 위한 책을 출간해 밀리터리 도서 시장의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책 속에서
13~14쪽 모든 암살은 살인이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모든 살인이 암살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암살의 요건은 무엇일까? 케임브리지 사전에서 멋지고도 간결하게 정의해 두었는데, ‘주로 정치적 혹은 사상적 동기를 가지고 고용되거나 전문적인 살인 청부업자에 의해 수행되는 계획된 공격’이라 정의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32~33쪽 차나키야는 상대를 뒤흔들어 놓기 위해 미인계를 동원한다든가, 적군 지도자 사이에 불화를 조장하는 등 살 떨리는 암살 방법을 제안했다. 실제로 암살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질투에 사로잡힌 경쟁자가 죽였다고 여겼다. 사랑에 빠진 적장에게 가짜 의사를 투입해 사랑의 묘약으로 속여 독을 주입하는 방법은 또 어떤가? 만약 왕이 장수의 충성심을 의심한다면? 차나키야는 자객을 투입해 전투 도중에 그를 살해하고 전사한 것처럼 꾸미라고 제안했다. 차나키야는 목표물을 체포하거나 재판에 부치는 것보다 암살이 더 낫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목표물이 구금되었을 때 그의 지지자가 소동을 벌일 가능성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1장 전쟁보다 경제적인 전략〉 중에서
56쪽 칼리굴라는 어느 날 재물의 여신에게서 카시우스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믿었다. 그는 즉시 아시아 지역의 총독을 맡고 있던 카시우스 롱기누스를 사형시켰지만, 그 카시우스가 아니었다. - 〈2장 얽히고설킨 욕망의 분출〉 중에서
96~97쪽 암살 시도가 계속되자 살라딘은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 극도로 조심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줄로 된 사다리로만 출입할 수 있는 목조탑에서 잠을 잤다. 살라딘이 시리아 지역의 교주 시난이 지배하던 마시아프를 포위하고 공세를 이어 가고 있을 무렵, 어느 날 밤 살라딘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오직 하시신만이 구울 수 있는 케이크가 침대맡에 놓인 것을 발견했다. 베개 옆에는 독이 묻은 단도와 함께 ‘네 목숨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라는 쪽지가 꽂혀 있었다. 살라딘은 이렇게 삼엄한 경비를 완벽히 뚫을 수 있는 사람은 교주 시난 밖에 없을 것이라 짐작했다. 불안해진 살라딘은 시난에게 용서를 구하는 서한을 보내 신변만 보장해 준다면 다시는 하시신과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시난은 살라딘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고 살라딘도 약속을 지켰다. - 〈3장 더럽혀진 기사도 정신〉 중에서
158~160쪽 오스만제국의 암살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바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허가한 정책이었다는 점이다. 1453년,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내 아들 중 누군가가 왕좌에 오른다면 모든 이를 위해 형제를 모두 죽여도 좋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대다수 이슬람의 학자들이 이러한 방식을 승인한다고 덧붙였다. 조금 잔인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설득력 있는 주장이기는 하다. 핵심은 왕권을 노리는 잠재적인 경쟁 상대의 싹을 잘라 버림으로써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 〈4장 신이 암살을 원하신다〉 중에서
186쪽 갑자기 건장한 남성 여섯 명이 숙소로 쳐들어왔고 사투를 벌이다가 오무라는 온몸의 이곳저곳에 부상을 당했다. 그 후 오물로 가득한 욕조에 몸을 숨겨 겨우 목숨을 건졌다. 제일 고통스러운 상처가 다리에 남았고 끈질기게 낫지를 않았다. 결국 그는 오사카에 있는 저명한 서양 외과의에게 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다리를 절단하기를 권했으나 오무라와 같은 고위직 인사는 수술을 하려면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다. 그러나 정부는 어영부영 결정을 미뤘고 결국 그는 12월 7일에 세상을 떠났다. - 〈5장 혁명의 단짝〉 중에서
280쪽 1921년 3월 15일, 파샤가 잠깐 밖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을 때 텔리리안은 그의 뒤로 다가가 뒤통수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주변 행인들이 텔리리안을 붙잡아 제압한 뒤 경찰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에서 피고 측 증인들이 대학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변호인이 텔리리안은 민족의 복수를 대신해 준 영웅이라고 주장하자 배심원단은 불과 한 시간 만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 〈6장 더욱 생생해진 암살〉 중에서
298쪽 다음 날 시위대가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포위하며 입구에 불을 질렀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이렇게 나올 경우 이란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대해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관련된 트위터 계정은 “그래도 당신네들은 아무것도 못할걸.”이라고 응수했다. 이 모든 내용이 국제 외교라기보다는 놀이터의 유치한 싸움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2020년 1월 3일 새벽 솔레이마니와 다른 이라크 고위급 민병대 지도자가 살해당하며 모든 사람이 웃음기를 잃었다. - 〈6장 더욱 생생해진 암살〉 중에서
393쪽 피델 카스트로는 “만약 암살에서 살아남기라는 올림픽 종목이 있었다면 내가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를 제일 잘 보여 주는 자료가 아마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카스트로를 죽이는 638가지 방법〉일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638이라는 숫자는 실제로 쿠바 첩보 기관이 카스트로에 대한 암살 시도 횟수를 헤아린 것이다.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도 미국이 쿠바에 병적으로 집착한 면이 없지 않다고 인정한 바 있었다. - 〈7장 빗나간 죽음의 그림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