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장 도착
2장 추적
3장 출발
짧은 후기
“내 엄지가 뜨끔한 걸 보니, 무언가 사악한 것이 오는구나.”
유년기의 향수와 공포가 공존하는 매혹적인 다크 판타지
미국 중서부의 소도시 그린타운. 나란한 이웃집에 사는 동갑내기 소년 윌 핼러웨이와 짐 나이트셰이드는 태어날 때부터 형제처럼 함께해온 단짝 친구다. 핼러윈과 열네 살 생일을 앞둔 10월의 어느 밤, 기묘한 기적소리에 이끌려 마을 외곽의 초원으로 뛰어나간 둘은 폭풍우의 전조와 함께 마을에 흘러들어온 수상한 카니발단 ‘다크와 쿠거의 그림자 쇼’를 맞닥뜨린다. 돌아가는 방향에 따라 시간을 빨리, 또 거꾸로 감는 회전목마, 사람을 공포스러운 환영에 빠뜨리는 거울 미로, 그리고 온몸이 문신투성이인 정체불명의 카니발 단장 다크. 화려한 퍼레이드와 볼거리로 구경꾼들을 현혹하는 카니발에서 사악하고 비밀스러운 이면을 발견한 두 소년은 거부할 수 없는 호기심과 욕구에 이끌려 갈수록 깊이 발을 들이고, 마을 도서관에서 일하는 윌의 아버지 찰스 핼러웨이는 몇십 년을 주기로 마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카니발단의 비밀을 파헤치려 한다. 이윽고 찾아온 모험과 악몽이 가득한 하룻밤 사이, 두 소년은 훌쩍 자라 소년 시절에 영원한 안녕을 고하게 되는데……
우주의 먼지 속에 노스탤지어를 심고 떠난 서정시인
20세기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 문학의 또다른 정수
레이 브래드버리는 SF계의 ‘빅 스리’로 불리는 동시대 작가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는 또다른 방면에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작가다. 개척지로서의 우주와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무대로 과학기술 진보의 이면과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인간성의 가치를 비추어내는 한편,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아스라한 정조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공포를 함께 담아낸 서정성 짙은 작품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사악한 것이 온다』는 그의 고향인 일리노이주 워키건을 모델로 한 가상의 소도시 ‘그린타운’을 배경으로 삼은 장편소설로, 마찬가지로 유년기의 경험을 모티프로 한 『민들레 와인』(1957년), 후속작 『여름이여 안녕』(2006년)과 함께 ‘그린타운 3부작’으로 불린다. 목가적인 여름날 풍경을 그린 전작과 달리 핼러윈을 앞둔 늦가을의 들뜨고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작품에서, 브래드버리는 앞날에 대한 동경과 순수를 간직한 두 소년의 기묘한 모험담에 ‘아메리칸 고딕’ 특유의 전통적인 호러 요소와 초자연적 설정을 더해 개성적인 색채의 성장소설을 완성했다.
시적 문장으로 담아낸 선악의 알레고리
세대와 시간을 초월한 생명력을 지닌 걸작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 등장하는 마녀의 예언에서 따온 제목처럼, 소설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나타난 불길한 전조로 시작해 선과 악, 젊음과 늙음, 여름과 가을이 대비되는 구조로 이어진다. 마을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을 꿰뚫어보고 유혹하는 어둠의 카니발 무리는 명백히 악의 상징이며, 불안한 사춘기의 경계에 서 있는 윌과 짐,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에 회의를 느끼고 남몰래 젊음을 갈망하는 쉰네 살의 찰스 핼러웨이는 그 대척점에 있다. 그리고 끝내 물리적인 폭력이 아니라 믿음과 환희의 힘을 통해 이뤄지는 이들의 승리는 어른이 되기 위한 소년들의 눈부신 통과의례이자, 노화와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뒤집는 해답이 된다.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겸 감독 진 켈리의 제안으로 처음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구상된 이 작품은 1983년 디즈니에서 잭 클레이튼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2003년에는 연극으로, 2007년에는 라디오드라마로 각색되며 몇십 년째 꾸준한 생명력을 입증했다. 또한 작중에 등장하는 미스터리한 유랑극단과 기인 쇼의 구체적이고도 생생한 이미지는 후대 작가에게 다양한 영감을 제공했는데, 소설가 스티븐 킹은 ‘사악하고 초자연적인 힘에 맞서는 선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그것』 『욕망을 파는 집』 등의 대표작에 담아내며 이 작품의 영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수수께끼의 회전목마처럼 시간을 초월하는 장르의 고전을 탐독하고 싶은 사람은 물론, SF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는 사람을 위한 입문서로도 적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