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관옥(觀玉)이라고도 부르며, ‘이 아무개’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1944년 충주에서 태어나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했다. 목사이자 동화작가이자 번역가이며, 교회와 대학 등에서 말씀도 나눈다.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드는 글들을 쓰고 있으며, 무위당(无爲堂) 장일순 선생과 함께 『노자 이야기』를 펴냈다.
머리말 - 제인 구달(Jane Goodall)
1 고통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2 나무 보물
3 느낌과 지각(知覺)
4 수련의 중심
5 평화를 위해 일하기
6 인터빙(Interbeing)
7 일상생활 속에서의 명상(Meditation in Daily Life)
인터빙(Interbeing)
내용에 따라 분류하면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 단어는 개념은 물론 이름조차 생소하던 때였다. 이후에 마음챙김은 여러 가지 다른 뜻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마음챙김에 대해 ‘깨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놀라운 순간임을 나는 안다.”는 자각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 현재 순간을 즐기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두 번째는 평화다. 깨어 있음은 세상으로도 확장된다. 날마다 4만 명의 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으며, 반대로 초강대국들은 5만 개도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것이면 이 지구별을 몇 번이고 파괴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도 역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각각 다를 차원일 것 같은 이 둘은 하나로 만난다. 바로 틱낫한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신조어 인터빙(Interbeing)으로 말이다. 틱낫한이 제시한 인터빙은 하나 안에 있는 여럿, 여럿 안에 있는 하나를 말한다. 우리는 서로 안에 있다(interare)는 의미다.
그는 “명상은 사회 밖으로 나가거나 사회로부터 도망치는 게 아니고 사회로 다시 들어가기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라고 명토박아 이야기한다. “명상 센터로 갈 때 모든 것-가정, 사회 그리고 그것들이 연관된 온갖 복잡한 것들-을 등지고 명상을 수련하고 평화를 찾기 위해서 한 개인으로 그곳에 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라고 틱낫한은 힘주어 말한다. 불교에는 개인이라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다. 그가 전쟁과 핵무기를 반대하고 난민을 보살피는 일과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부단히도 애썼던 이유는 누구나 홀로 설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틱낫한의 초기 저술”
지난 1월 22일(베트남 시각) 세납 만 95세를 끝으로 틱낫한이 열반에 들었다. 생전이나 사후나 세계인들은 틱낫한을 마음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기원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의 인도적인 발자국은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수식어가 있으니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이다.
그가 쓴 원고, 편지, 강연 등은 쉴 새 없이 책으로 묶어 나왔고, 이제 무려 130권에 이른다. 이 저서들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미국에서만 틱낫한 책의 누적 판매는 500만 부 이상으로 추정한다. 그중에 초기 저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히는 책은 『틱낫한 명상(The Miracle of Mindfulness)』(1975년 초판), 『평화 되기(Being Peace)』(1987년 초판), 『모든 발걸음마다 평화(Peace is Every Step)』(1992년 초판) 등 세 권이다. 세 권 중에서도 『평화 되기』는 독보적이다. 미국에서만 누적 판매 50만 부 이상을 기록했으며, 30개 언어 이상으로 번역되었다.
이 책이 이렇게 빛나는 이유는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틱낫한이 세상에 하고 싶은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고, 또 가장 쉬운 언어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며 “마음챙김을 소개한 가장 쉬운 책이자 중요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1987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2005년과 2020년 각각 재편집돼 출간되었다. 2005년 편집본에는 세계적인 명상가 잭 콘필드가 서문에 참여했고, 2020년 편집본에는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리는 환경보호론자 제인 구달이 서문을 썼다.
국내에서도 이미 두 차례 출간된 적이 있다. 두 차례 모두 1987년 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국내에서 세 번째 발행인 이번 책에서는 2020년 재편집본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제인 구달의 서문도 역시 함께 번역해 실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틱낫한의 가장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평가되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참고 자료
틱낫한과 마음챙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생전에 그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마음챙김을 세상에 가르친 교사”라고 썼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흔히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용어는 존 카밧진 교수가 처음 쓴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는 틱낫한이 먼저 사용했다. 존 카밧진이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프로그램을 매사추세츠 대학교 부설 병원에서 시작하기 건 1979년이고, 틱낫한이 베트남 청소년들에 보낸 편지를 모아 발간한 영문판 도서 『The Miracle of Mindfulness』(한국어판 제목 『틱낫한 명상』)가 세상에 나온 건 1975년의 일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존 카밧진 박사는 MBSR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훨씬 전부터 틱낫한의 제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