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수필 100년 사파이어문고 시리즈 제1권, 현재 수필과지성문학회 회장인 석오균 수필가의 『회초리』이다. 2012년 계간 <문장>으로 등단한 이후 10년 만에 펴낸 첫 수필집이다. Wonderful life, Beautiful life, Graceful life, Merciful life, 4부로 나누어 각 10편씩 총 40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일찍부터 교직에 종사하던 중 자신을 딜레탕트-예술이나 학문 따위를 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취미 삼아 하는 사람-쯤으로 여기고 자신을 행복하게 할 취미활동으로 문학 작품활동을 선택했다는 작가가 “등단 20년째쯤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집을 출간할 심산이었다.”라던 느긋한 계획을 바꾸어 부리나케 펴내게 되었다는 『회초리』는 기실 뛰어난 프로 작가의 수필집이다.
…그리하나 나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나무가 미워서일까? 매섭게 추운 겨울이 있어 오는 봄의 나뭇잎은 한층 싱싱하고 푸르게 된다. 부모나 교사 그리고 어른에게 야단을 맞지 않고 자란 아이는 큰 재목이 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빠져나가기’라면 너무 과장된 묘사이런가? 선현들은 너나없이 역경에 단련되지 않고서는 큰 인물이 될 수 없다고 강변하신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귀한 자식은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말이 생긴 소이연이다. …
영화 〈미나리〉의 데이빗처럼 강아지풀로도 치유되는 사회를 염원해 본다.
-「회초리」 중에서-
「회초리」에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찰싹찰싹 종아리를 휘감는 선생님의 싸리나무 회초리가 아니라 살랑살랑 부드럽게 우리의 목을 간질이는, 강아지풀 회초리 같은 작품들이 실려있다. 노후, 가족, 건강 농사 여행 등 누구나 영위함 직한 일상생활 소재부터 역사와 철학, 남북대립 다문화 성차별 청년취업 같은 묵직한 사회 문제 등을 낱낱이 때론 겹겹이, 위트와 재치로 술술 풀어가는 자성과 조언의 글이 읽을수록 즐거움을 준다. 더불어 산수에 이른 노작가가 깨달은 무르익은 인생철학-사랑과 감사-이 작품마다 알알이 들어있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자연의 이치에 적극 순응하나 보다. 실화상봉수인 차나무처럼 후손을 적당한 거리에서 관심줄을 잡고 있는 모습에서 과보호란 느낌은 들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과 부모에 대한 효심을 함께 읽히게 한다. 한편 캥거루 교훈으로, ‘캥거루족’이면 어떻고 ‘빨대족’이면 어떠랴. 우선 등 따시고 배부르니 가장 안전빵이 아니던가. 그윽한 차향은 덤으로 만끽한다. 하지만 이웃의 눈초리가 따갑다.
“자식을 ‘집에 사는 캥거루’로 키우고 싶은가벼!” 부모가 여행을 떠나면서, “우리 한 달간 크루즈 여행 다녀올 테니 그동안 참한 색시 하나 끼차라!” “내 돈 가지고 국외 여행 억시기 다니시네,” -「집에 사는 캥거루」 중에서-
…라피크Rafik는 아랍어로 ‘먼 길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그녀는 나에게 유일무이한 ‘라피크’로 언제나 소중하다. 나는 애처가愛妻家도 공처가恐妻家도 경처가驚妻家도 아닌 중처가重妻家를 선호한다. 이를테면 ‘아내를 다만 소중히 여기는 사내’라고나 해둘까. 그리고 자식과 손자들이 아버지, 할아버지 고관절 낫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한다니 그보다 감사만만感謝萬萬할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리고 이웃과 친지, 동료 선후배님 그리고 우주 만상! ‘Thank you always항상 감사합니다.
-「마음을 다해 쏴라」중에서-
모든 글에서 박학다식한 작가의 식견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배우게 되지만, 무엇보다 책의 각부 제목처럼 ’멋지고‘, ’아름답고‘, ’품격있고‘, ’너그러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희망과, 정의로운 사회,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소망을 전하는 작가의 따뜻한 목소리에 공감하게 되는 『회초리』이다.
…인생의 법칙은 욕심의 경쟁이 아니라 만인의 선善에 기여하는 개인의 선善인 협동協同이라고 했다. 요리도 혼자 하기보다는 부부가 함께하거나 분담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여 시간과 노력을 훨씬 줄여준다. 그런 가운데 둘 사이의 대화가 있고 나눈 정분이 가을 낙엽처럼 두둑이 쌓이기라도 하지 않을는지. 한자의 협協은 十열 십 변에 ? 협할 협 자를 합한 글자이다. 그 의미는 많은[十] 사람이 힘을 합한다 하여 화하다[和], 돕다[助], 맞다[合]의 뜻이 되었다.
요리는 일종의 연금술이다.…
-「패밀리 셰프를 꿈꾸다」-
“선인들이 말한 문여기인文如其人, 즉 글이 곧 그 사람이란 뷔퐁의 말이 확인되었다. 삶은 문학에 투영되고, 또 그의 작품활동이 삶에 영향을 주는 선순환 때문이리라.… 또한 문학 활동에서 얻은 깨달음이 삶 속에서 실천되는 지행합일의 모범…”(장호병 (사)한국수필가협회 명예이사장)이라는 평대로 석오균 수필가의 인생수필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즐거움을 음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