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보다는 깊이, 평론가보다는 가볍게 드라마를 보면서 마치 책 읽듯 드라마를 감상해 온 ‘드라마 관찰자’의 기록. 드라마 속에는 오늘을 똑 닮은 현재가 있다. 직장에서 치이고 인간관계에 지쳐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지만, 별수 없이 출근하는 주인공을 보면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구나’ 싶은 왠지 모를 위안이 느껴진다. 반면 과거도 담겨 있다. 조금이라도 변하는 사회와 달리 드라마는 유독 가족주의·가부장제·정상가족·부부유별을 반복하고 포장한다. 그런 드라마를 본 날이면 어디든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어지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 온라인 성토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끔은 미래가 보인다. 보수적이고 불합리한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진 세련된 미래가 배경이 되기도 하니까. 이렇게 가끔은 멋지고 가끔은 답답한 다양한 모습들이 매일 밤 드라마로 재현된다. 『드라마의 말들』은 바로 이런 드라마들을 되짚어보며, 드라마가 가져다준 일상의 위안, 깨우침의 순간, 성장의 계기들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