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한 생을 살면서 지옥의 한 철을 만난다. 세월이 흐른다 해도 망각이란 이름으로 지워지거나 추억이란 말로 쉬이 봉합될 수 없는 아픈 상처의 한 철을 만난다. 상처의 출처는 실존의 번뇌로부터일 수도 있고, 이념과 진영의 대립으로부터일 수도 있고, 안팎 현실과의 불화로부터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처의 근본적인 치유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일에 상처를 받았다면 그 아픔은 그 일 자체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당신의 생각에서 온”(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것이기 때문이다.
지옥의 한 철을 근원적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유의 심연, 혹은 심연에서의 사유가 필요하다, 방문을 닫아걸고, 내가 처한 안팎 처지를 샅샅이 살피고 천천히 거니는 마음의 산책이 필요하다. 마음의 산책이란 스스로의 길을 스스로 밝히는 마음의 등불이니까. 반딧불처럼 제 몸이 등불을 켤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캄캄한 지옥의 한 철을 벗어나는 빛의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은 내가 지옥의 한 철을 살 때, 지옥의 한 철을 넘어 나를 찾아가는 길목을 일러준 어느 교수의 ‘불교적 명상’에 힘입은 바 크다.
자연의 숭고(1부: 태양이 그린 곡선), 삶의 애환(2부: 짧은 만남, 긴 이별), 열정과 몰입(3부: 언어의 모서리), 침묵의 심연(4부: 시간의 간이역), 현실과의 불화(5부: 집을 멀리 떠나서) 등을 주제로 한 250장의 단상이 지옥의 한 철을 사는 그대에게 필록테테스의 상처와 활처럼 삶의 심연을 비추는 위로와 지혜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선각자의 말처럼, 시련은 나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이다. 이 문을 통과하면 나의 손은 민첩해지고 발은 튼튼해지며, 눈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