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결투에서 온 거였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이 말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결투의 흥망성쇠부터 결투가 스포츠가 된 사연까지
결투의 어제와 오늘을 한 권에 담았다!
◎ 도서 소개
현대 스포츠 대부분의 기원은 결투다. 무슨 황당한 소린가 싶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저자는 유학생 시절 직접 경험한 진검 결투와 풍부한 그림,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과거의 유산처럼 여겨지는 결투가 오늘날 스포츠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고대인들이 재판 대신 결투로 진실을 가렸던 이유, 괴테, 푸시킨, 비스마르크 등 유명 인사들이 사사로운 다툼에 목숨을 걸고 결투했던 이유, 히틀러가 베를린 올림픽에 그토록 공을 들였던 이유, 사람들이 내일 꾸벅꾸벅 졸 걸 알면서도 새벽까지 손흥민이 나오는 경기를 챙겨 보는 이유 등 흥미로운 사례들을 짚어 나가다 보면 세계사 곳곳에 남은 결투의 흔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사람들이 답답할 때 스포츠를 찾는 이유
뉴스 사회면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저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겨우 1년 6개월 형이라고? 법은 아무래도 우리 편은 아닌 것 같다. 한숨이 나오면 스포츠면을 본다. 손흥민의 선전이 헛헛한 마음을 달랜다.
스포츠를 보면 왜 통쾌한 마음이 들까? 과거 유럽인들은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억울한 일이 생기면 결투를 신청했다. 결투의 승패는 신이 보증하므로 옳은 사람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있었다. 말하자면 이성적인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일에 사람들은 감정적인 방식의 ‘사이다’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재판권이 국가에 귀속되고 결투의 잔인함이 대중의 외면을 받자 스포츠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통치자 또한 법 제도를 뒤흔드는 결투보다는 스포츠를 장려했다. 결투와 스포츠 모두 싸움과 승부를 좋아하는 인간 본성을 자극했고, 카타르시스를 주었기에 사람들은 스포츠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이것이 우리가 답답한 마음이 들면 스포츠를 찾는 이유이고, 이는 과거 유럽인들이 결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승부가 있는 곳에는 결투가 있다
모든 스포츠에는 ‘국룰’이 있다. ‘1. 경기장 안에서 2. 규칙을 준수하며 3. 겨룬다.’라는 것이다. 이 국룰은 결투에서 왔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결투의 목적 또한 정정당당한 분쟁 해결이었기 때문이다. 결투를 정오에 시작하여 해가 한쪽의 눈을 가리지 않게 하거나, 복장과 무기, 머리 모양을 통일하는 등 결투 규칙을 명시한 과거 기록이 남아 있는 이유다.
한편 결투가 가리는 진실과는 별개로 ‘싸움 구경’은 오락거리가 적었던 시대에 가장 큰 볼거리였다. 결투 재판이 이루어지는 야외 원형 울타리는 오늘날 코트와 링으로 변했다. 승부는 이 울타리 안에서만 진행된다는 규칙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결투의 승패를 가리던 감독관은 심판이 되었고, 결투자 옆의 수행원들은 코치와 세컨드가 되었다.
결투가 스포츠가 된 결정적인 순간은 관객석의 도입이었다. 야외 공터에서 벌어지던 결투는 도심 속 광장에서 벌어지게 되었고, 결투 당사자와 말 등은 화려하게 치장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편안한 자세로 남들이 피와 땀을 흘리는 모습을 구경했다. 이 구도는 오늘날 올림픽, 월드컵, 심지어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구성과도 완전히 같다. 이처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에는 결투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책은 이 과정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풀어낸다. 그중에서 떡을 단숨에 삼킬 수 있느냐로 승부를 가린 고대의 결투나, 서로를 비웃는 노래를 불러 관객의 호응으로 승패가 갈린 이누이트족의 전통 결투는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수틀리면 목숨을 건 결투를 제안하여 수많은 일반인의 목숨을 앗아간 프로이센 장교의 사례는 시도 때도 없이 토론을 제안하는 오늘날 정치인의 모습이 겹쳐 보여 섬뜩한 기분이 든다.
올겨울 월드컵은 다르게 보자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달려와 승전을 전하고 죽었다는 마라톤의 유래가 거짓이라는 걸 아는가? 이는 근대 올림픽의 핵심 종목인 마라톤의 흥행을 위해 꾸며낸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열광한 그리스인들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의 마라톤 금메달을 그리스인 스피리돈 루이스가 거머쥐자 그를 국가 영웅으로 추대했다. 이것은 당연히 고대 그리스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그리스의 로컬리즘와 민족주의의 발현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에서 정치적 제스처를 보이는 것을 금지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제외하면 올림픽을 개최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20년 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에 올랐다. 이는 단순히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4등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가 6.25 전쟁 이후 다시 일어선 한국을 상징했다면, 한일 월드컵은 유럽 선진국들을 넘어 우뚝 선 한국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스포츠는 정치와 밀접한 영향이 있다. 올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어떤 상징으로 쓰일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를 읽고 나면 태극‘전사’의 출정과 선전이 다른 시각으로 보일 것이다. 거대 스포츠 행사가 만들어 내는 열광적 에너지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사용됐는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건들건들 컬렉션
유튜브 밀리터리 채널 ‘건들건들’이 큐레이팅하는 밀리터리 역작 컬렉션
〈건들건들 컬렉션〉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레드리버가 함께 만드는 전쟁사 ․ 밀리터리 시리즈다. 최근 한국에도 밀리터리 도서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양서가 번역되지 않아 외국어가 가능한 일부 마니아들만 즐기는 책으로 남아 있다.
〈건들건들 컬렉션〉은 레드리버와 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이 선별한 수준 높은 밀리터리 도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때로는 국내 전문가를 섭외하여 한국 독자들을 위한 책을 출간해 밀리터리 도서 시장의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책 속에서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2020년인 지금에도 일부 학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진검 결투를 벌이고 있다. ‘결투’라고 하면 두 남자가 서로 10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교대로, 혹은 동시에 권총을 발사하는 장면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독일 학생의 결투인 멘주어는 약 90센티미터의 예리한 진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며 마주 선 상대의 얼굴과 머리를 공격해야 한다. 여기서는 심지어 상대의 공격을 피하려고 발을 움직이거나 얼굴을 젖히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 17쪽
결투 재판은 신명 재판의 일종으로, 검이나 무기를 사용한 결투의 승패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판단했다. 이것은 종교의 권위 위에 성립된 방식이면서도, 기독교가 기존 종교의 관습을 계승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신이 정의로운 사람에게 힘을 주어 검과 무기로 악을 응징하게 만든다는 것이 당대 사람들의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 47쪽
루이 13세가 귀한 가문의 자손인 부트빌을 처형하기를 꺼리자 리슐리외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폐하! 이것은 결투를 폐지하느냐 법률을 폐지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 62쪽
17세기 초, 스웨덴의 왕 구스타브 2세도 장교들의 결투를 막으려 노력했다. 그는 독특한 방법을 고안하여 이런 일화를 만들어 냈다. 어느 날 스웨덴의 장교 두 명이 결투를 약속하고 결투 장소로 갔더니 자국의 왕과 교수대, 교수형 집행인이 먼저 와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스타브 왕은 깜짝 놀란 그들에게 말했다. “제군, 지금부터 결투를 개시해도 좋다. 참고로 덧붙이건대, 결투가 끝나자마자 승자까지 모두 교수형에 처할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은 즉시 화해했다. - 107쪽
결투 재판은 보통 야외에 설치된 원형 울타리 안에서 진행되었다. 이 관습은 스포츠의 형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울타리가 코트, 혹은 링으로 변했고 싸움은 그 안에서만 해야 한다는 규칙이 스포츠 경기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 186쪽
베를린 올림픽은 정치로 얼룩진 올림픽이었다. 나치는 아리아 인종 우위론을 바탕으로 국위 선양을 하려 했고, 미국은 의도적으로 흑인 선수를 다수 참가시켜 자국의 자유주의를 선전하려 했다. 올림픽의 이면에서 벌어진 이런 정치적, 사상적 대립은 결국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이어졌다. 올림픽이 인종주의에 이용된 것을 보면 역시나 스포츠와 전쟁의 뿌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237~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