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고국원왕 시절의 이야기를 해석하고 설명한 책입니다. 고국원왕의 시절은 모용황의 연나라와 함께 하는 역사였고, 고국원왕의 미숙한 외교와 그릇된 판단으로 건국 이래 고구려가 처음으로 국새를 다른 나라에 바치는 슬픈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국새를 바쳤다는 것은 곧 나라가 망했다는 뜻입니다. 비록 곧바로 도성을 수복하여 국새를 다시 찾았지만 어쨌든 잠깐이나마 공식적으로는 고구려가 멸망한 시기가 발생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고국원왕의 어머니 주 태후를 비롯하여 황후 및 태자들이 모두 연나라로 포로로 끌려가 인질이 되었으며, 연나라가 진나라에게 패망하기까지 줄곧 그 인질들로 인하여 고구려는 연나라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고국원왕의 아버지 미천왕은 모용외와의 경험을 통해 모용씨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았기에 유언으로 아들인 고국원왕에게 모용씨와 다투지 말라고 당부하였지만 고국원왕은 그 유언을 지키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고국원왕은 한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부족하고 미숙한 황제였습니다. 심지어 패망하여 동쪽으로 쫓겨간 동진(東晉)에게까지 스스로 속국(屬國)을 칭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도움을 청하였던 한심한 황제였습니다. 결국 그러한 미숙한 판단은 계속 이어져 백제와의 전쟁에 무리하게 직접 뛰어들다가 죽음에 이르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본서에서는 고국원왕이 어떤 미숙함으로 고구려를 위험에 처하게 했는지를 설명하였습니다. 비록 고국원왕의 미숙함이 있었지만 고구려는 천년의 부여로부터 이어져 그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나라였기에 위험에 대비할 능력이 있었습니다. 결국 모용씨의 연나라는 패망하지만 고구려는 굳건히 사직을 유지합니다. 그 저력이 오늘날 대한민국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고국원왕의 아버지 을불은 처음으로 해씨의 고구려에서 을씨의 고구려로 만든 인물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 아들인 고국원왕은 오나라 핏줄을 타고난 어머니 주거지의 성을 따라 주씨를 사용하게 됩니다. 즉 고구려에는 해씨로 출발하여 을씨 그리고 다시 주씨의 임금이 등장하게 됩니다. 고구려가 고씨라는 단일 성씨로 이어졌다는 것은 중국 학자들의 주장으로, 이를 비판 없이 우리가 받아들이고는 있으나 이는 잘못된 주장입니다.
고구려는 해모수의 아들로 시작된 해씨들의 나라였으며, 비록 성씨는 을씨나 주씨로 이어지지만 그 근본은 모두 시조 동명성왕의 핏줄이니 해씨의 나라라고 하여야 옳을 것입니다. 본서에서는 주유의 핏줄이 어떻게 고구려로 들어와 황실의 한 축을 담당하였는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삼국사기]는 차마 기록하지 못한 이러한 숨겨진 사실들에 대하여 비록 처음 접하는 분들은 거부감이 들 수 있으나, 엄연히 우리 역사에 존재했던 사실들입니다.
[삼국사기]에 대한 해석이나 해설은 시중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출간되어 있으며, 인터넷에서도 쉽게 그 해석과 해설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국사기]의 부족한 기록만으로는 우리 조상들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고대사를 마치 신화처럼 여긴다거나 확실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삼국사기] 자체가 많은 사건을 삭제하고 그 앞뒤 설명을 생략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여 본서에서는 [삼국사기]가 충분히 전하지 못하는 역사를 [박창화 필사본]의 도움을 받아 상식적인 해석과 해설을 통하여 우리 고대사를 상식적인 이해의 범위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고대 지명들에 대한 오늘날의 위치 비정에 있습니다. 왜곡된 역사해석에 기초한 왜곡된 역사지리는 주로 청나라 시절의 학자들이 마음대로 해석한 역사지리로부터 시작되어, 조선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저들의 동북공정이나 여러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잘못된 역사지리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삼국사기 바로알기]에서는 우리가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잘못된 역사지리를 다양한 사서들에 기록된 내용을 통해 바로잡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삼국사기]는 기록들이 상세하지 못하여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상당히 난해한 책입니다. 하여 그 전후 사정을 최대한 설명하여 [삼국사기]가 전하는 바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을 발간하는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