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조르주 바타유 Georges Bataille (1897~1962)
프랑스 현대 사상의 원천이 된 독보적인 사상가이자 작가. 철학, 문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 예술을 넘나든 위반과 전복의 사상가이면서 ‘20세기의 사드’라 칭할 만한 에로티슴 소설가이기도 하다.
바타유는 1897년 프랑스 오베르주 지방의 작은 도시 비용에서 태어난다.(그의 아버지는 맹인에 매독 환자였고 어머니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한때 가톨릭에 귀의해 수도사가 되려고도 했으나 단념하고 이후 무신론자가 된다. 1922년 국립고문서학교를 졸업한 뒤 파리 국립도서관에 사서로 채용된다. 평생 사서 일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매음굴을 전전하는 등 성에 탐닉한다.
1928년 실비아 마클레스와 결혼하고(실비아는 1934년 바타유와 헤어지고 나중에 자크 라캉과 재혼한다) 같은 해 가명으로 자전적인 에로티슴 소설 『눈 이야기』를 출간한다. 니체, 프로이트, 마르셀 모스의 영향을 받은 바타유는 잡지 『도퀴망Document』 『아세팔Ac?phale』 『크리티크Critique』를 창간하고 논쟁적인 글을 발표하며 프랑스 사상계를 주도한다. 코제브를 통해 헤겔 철학을 학습하고, 공산주의 및 반파시즘 활동에 참여하며, 한때 초현실주의에도 이끌렸으나 이후 결별한다.
다방면에 걸쳐 방대한 양의 글을 남긴 바타유는 때로 가명으로 글을 발표하고, 일부 책은 금서 목록에 오른다. 당대에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문제적인 인물이지만, 사후에 푸코, 바르트, 데리다, 낭시, 라캉, 보드리야르, 크리스테바 등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재평가된다. 바타유 사유의 핵심 개념으로는 ‘과잉’ ‘위반’ ‘소진/소모’ ‘주권’ 등을 꼽을 수 있다.
주요 저서로 『내적 경험』(1943), 『저주받은 몫: 일반경제 시론―소진/소모』(1949), 『에로티슴』(1957), 『에로스의 눈물』(1961), 『종교 이론』(1964)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저주받은 몫’은 3부작으로 기획되어 2권 『에로티슴의 역사』(1951), 3권 『주권』(1954)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초고만 집필하고 미완인 채로 남겨졌다.(사후 전집에 수록) 그 밖에 문학비평서 『문학과 악』(1957), 예술이론서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1955)과 『마네』(1955)가 있고, 소설로는 『눈 이야기』(1928) 외에 『태양의 항문』(1931), 『마담 에두아르다』(1941), 『불가능』(1962), 그리고 사후에 출간된 『내 어머니』(1966), 『시체』(1967) 등이 있다.
1953년 발병한 뇌동맥경화증으로 서서히 건강을 잃어가던 바타유는 1962년 생전 마지막 책 『불가능』이 출간되고 몇 달 뒤 생을 마감한다.
옮긴이 최정우
철학자, 작곡가, 비평가, 미학자, 번역가, 기타리스트.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불어불문학과에서 조르주 바타유의 에로티슴 문학과 유물론적 철학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비평으로 등단한 후, 오랫동안 ‘누더기 넋’이라는 뜻의 ‘람혼襤魂’을 필명으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비평들을 집필했다. 저서로 『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드물고 남루한, 헤프고 고귀한?미학의 전장, 정치의 지도』가 있고, 『바르트와 기호의 제국』, 『레닌 재장전』(공역) 등을 번역했다.
바타유의 유물론과 에로티슴, 푸코의 구조와 주체, 데리다의 예술론과 글쓰기, 랑시에르의 미학과 정치, 여러 현대 문학론과 이미지론, 음악과 철학/미학 사이의 관계론 등에 관한 연구들을 중심으로, 비평 행위 자체의 자율적 가능 조건이 지닌 불가능성과 텍스트의 음악적 구조성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다양한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3인조 음악집단 레나타 수이사이드Renata Suicide의 리더로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고 2003년부터 무대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했으며, 앨범 와 <성무일도Officium divinum>를 발표했다. 2012년 프랑스로 이주, 파리 INALCO에서 오랜 시간 프랑스 학생들에게 한국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파리 ISMAC의 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