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국의 가장 독창적이고 대담한 소설가
제니퍼 이건의 2011 퓰리처상 수상작
2011 전미비평가협회상, LA 타임스 도서상 수상
2011 영국 아마존 ‘올해의 책’ 2위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퍼블리셔스 위클리, 타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보스턴 글로브, 시카고 트리뷴, 오프라 매거진 등 25개 매체 선정 ‘올해의 책’
HBO 드라마 제작
21세기 미국 문학의 빛나는 성과
『깡패단의 방문』을 만나다
2011년 퓰리처상 수상작 『깡패단의 방문』이 출간되었다. 지난해 『킵』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제니퍼 이건의 최고작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LA 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퍼블리셔스 위클리> <타임> <오프라 매거진> 등 주요 매체 25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소설가로는 드물게 제니퍼 이건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기도 했다.
열세 개의 장으로 이뤄진 『깡패단의 방문』은 각각의 장이 다른 화자,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레코드 레이블 대표 베니와 그의 비서 사샤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인간관계이자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이다. 이야기의 시간순서를 뒤섞고, 문자메시지와 파워포인트 등 파격적인 형식을 도입하는 『깡패단의 방문』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 그리고 그것이 빚는 부조리와 비애를 그린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타임워프 하듯 변모하는 문화에 따스한 호기심을 보이고, 디지털 시대에 어른이 된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독창적으로 탐구한다”며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11년 <타임> 선정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제니퍼 이건의 문학적 절대음감
제니퍼 이건은 2011년 <타임>이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린 세 명의 소설가 중 하나다(참고로, 나머지 두 명은 『자유』의 조너선 프랜즌과 『얼음과 불의 노래』의 조지 R. R. 마틴이다). 또 『깡패단의 방문』은2011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연말 결산 기획으로 작가들에게 ‘올해의 책’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책이기도 했다. 데이비드 니콜스(『원 데이』), 데이비드 로지(『교수들』), 로디 도일(『패디클라크 하하하』) 등 여러 작가들이 오랜만에 경탄과 질투에 사로잡혔던 책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언론과 동료 작가들이 찬탄하는 제니퍼 이건은 어떻게든 작가를 규정하고 범주화하려는 시도를 번번이 헛수고로 만드는 작가다. 단편집 『에메랄드 시티』(1996), 장편 『보이지 않는 서커스』(1994), 『나를 봐』(2001), 『킵』(2006), 『깡패단의 방문』(2010)을 발표한 그녀는 “냉철하고 명쾌하면서도 마음을 뒤흔드는” 문장을 쓰는 작가이자 오늘날 미국인의 삶에 관한 흥미로운 이슈들을 다뤄온 작가이다. 매번 자기 자신에게 도전하듯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발표해온 이건은 대담하지만 위악적이지 않고, 유연하고도 지나침이 없다. 자연히 그 저력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데, 은연중에 작품에 배어나게 마련인 작가 개인의 성적, 문화적, 장르적 한계마저도 깡그리 무화하는 놀라운 작가이기도 하다. 이미지에 대한 미국적 강박관념, 즉 이미지를 통한 자기 발명이야말로 미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건(고등학교 졸업 후 잠시 모델로 일했다)은 대중매체를 통해 익숙한 통속적인 이미지,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역할에 일관된 관심을 보이는데, 이런 주제의식은 고딕소설의 틀을 빌린 『킵』과,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에 가장 의존하는 모델과 테러리스트를 다룬 『나를 봐』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모든 것을 남김없이 부수어버리는 무자비한 시간
그 잔재와 마주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자기 파괴와 구원의 이야기
레코드 레이블 대표 베니와 그의 비서 사샤. 이야기는 그들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다가올 미래, 주변 사람들의 내면을 넘나든다.
서른다섯 살인 사샤는 다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간직한 물건을 훔칠 때마다 자신이 시간을 소유했다고, 개성적이라고 느낀다. 레코드 레이블을 대기업에 팔아버린 이혼남 베니는 소싯적엔 혈기 왕성한 로커이자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프로듀서였으나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으며 과거의 낯 뜨거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허둥지둥 주차권에 기록한다. 성인의 문턱에서 아찔하리만치 무한한 가능성에 자신을 내던졌던 조슬린은 세월이 지나 무절제의 대가를 치르며 쓰디쓴 회한에 잠긴다. 십대 시절 친구이자 프로듀서로 성공한 베니를 찾아간 스코티는 시간 안에서 ‘진짜’라고 부르는 경험은 대개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고 자신은 도태됐음을 절감한다.
뉴욕 주 북부 백인 부유층 동네로 이사 온 스테파니는 ‘공화당 것들’의 눈치를 보며 어울려 살고, 히스패닉계인 남편 베니가 느끼는 이질감은 부부간의 불협화음으로 발전한다. 방약무인한 록 아이콘이었던 보스코는 병들고 몰락한 끝에 자신의 존재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자살 투어’를 기획한다. 패기 넘치는 저널리스트였지만 취재 도중 어린 여배우를 덮쳐 감옥까지 갔던 스테파니의 오빠 줄스는 자신이 미국의 운명을 닮았다고 한숨짓는다. 화려한 인맥과 수완을 자랑하던 뉴욕 최고의 홍보 담당자 라 돌은 자만의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대량학살자의 이미지 쇄신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현실에 짓눌려 예술에 대한 열정도, 아내에 대한 사랑도 반으로 접고 또 접어 티끌로 만든 중년의 교수 테드는 나폴리에서 조카딸 사샤를 찾는다는 목적은 뒷전인 채 예술작품들에 빠져든다.
모든 인물들은 너무나도 바쁜 삶을 살다가 부지불식간에 눈앞에 버티고 선 시간이라는 깡패를 알아차리고 비틀거린다. 젊음도, 사랑도, 꿈도 사그라지고 망가지고 끝나간다. 그러나 구원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찾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