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사는 게 지겨울 리가 없어”
『아무튼, 할머니』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여성 창작자 신승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그가 첫 단독 에세이를 내놓았다. 아무튼 시리즈의 오십 번째 이야기, 『아무튼, 할머니』이다. 저자는 “할머니들만의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는 믿음을 토대로 삶에 깊이 영향을 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 위에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장난기 많고 욕도 잘하지만 손녀한테는 유독 다정했던 외할머니, 시위 현장에서 수갑을 차고 연행된 배우 제인 폰다, 존경하는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까지…. 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거리에서, 농성장에서 만난 여러 할머니들의 생생한 표정을 담아낸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할머니’라는 호칭으로 쉽게 지워버리곤 하는 노년 여성들에게 전하는 사랑과 존경의 인사인 동시에 언젠가는 할머니가 될 우리에게 보내는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무사히 살아남아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인 저자는 말한다. “할머니들은 잘 묻는다. 모르는 사람의 장바구니부터 잘 안 보이는 작은 숫자까지. 나는 그 질문들에 대답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아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의 노래 [왈츠를 배워볼게]의 한 구절처럼 “수많은 편견보다 더 수많은 너의 질문들이 지구를 춤추게 할 거”란 것을 믿기 때문이다. 『아무튼, 할머니』는 그런 그가 할머니였던, 할머니인, 나아가 언젠가는 할머니가 될 이 땅의 모든 여성에게 들려주는, “사는 게 지겨울 리가 없”음을 노래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