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땅 인간의 요람 아프리카
통념과 오해를 뛰어넘어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분석적 연구
광활한 대지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역사’의 역사를 들여다보다
‘아프리카 역사’는 아주 거대하고 포괄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학문적 연구로서 인정받은 지는 40~50년 밖에 되지 않았다. 19세기와 20세기 유럽 중심의 역사 인식으로 바라본 아프리카는 미개하며 과거에 종속된 땅이었고, 문자성과 집단적 역사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들어 단편적이고 모호하게 인식되었던 아프리카의 정치와 사회, 이념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상당 부분 결함이 있고 불완전한 연구 과정을 거쳐 아프리카 역사의 역사도 다른 어떤 대륙의 역사만큼이나 빠르게 발전해왔다. 존 파커와 리처드 래스본이 공동 집필한 이 저서는 그 다면적이고 생생한 연구를 차근차근 짚어가며 독자에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프리카 역사는 세계 다른 지역의 역사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동일한 ‘보편적 진리’들과 동일한 학문적 분석 방법으로 분석될 수 있는가? 아니라면, 아프리카의 과거를 연구할 때는 아프리카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아프리카 자체의 고유하고 다양한 논리에 따라야 하는가? 한마디로 어떻게 쓰여야 아프리카 역사가 ‘아프리카다운가’?” _본문 중에서
다채롭고 단일한 정체성
종종 아프리카 바깥에서 뭉뚱그려지는 것과는 다르게, 아프리카 사람들 간의 유전적 다양성은 실로 크다. 뿐만 아니라 이 거대한 대륙의 언어, 음악, 종교, 정치, 국가 형태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다움’, 즉 아프리카의 단일성 역시 아프리카인들의 자기 인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일은 아프리카 사람들 개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만큼이나 까다롭고 모호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아프리카인들이 스스로를 정의한 방식만큼이나 외부인이 부여한 정체성을 점검할 필요도 보인다. 특히 ‘부족’이라는 개념에 다양한 정체성을 욱여넣는 과정에서 계급의 차이나 국민성, 혈연, 종교, 문화, 언어 등이 부족 정체성에 편입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과정 뒤에는 아프리카 사회의 미개화된 문명, 비과학적인 기술과 미신에 의존하는 경향 등으로 대표되는 열등성을 암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권력 쟁취를 위한 도구로서 포퓰리즘에 의해 부족 내의 유대감이 강조되기도 했다.
사실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를 세운 권력자들은 ‘부족’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만한 일치성이 전혀 없는 다수의 다양한 사람들을 지배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혈연, 문화, 종교적 성향으로 연결된 국가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의 역사 편찬가들은 이런 면보다는 아프리카인들이 생활 터전을 옮겨가는 과정과 물질적·지적·사회적 실험을 통해 보여준 역동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_본문 중에서
제국주의 역사 기록의 위험
비록 아프리카 문명이 식민 정복을 겪은 뒤에도 살아남았을 만큼 강했지만, 대륙 곳곳에서 자행된 유럽의 식민 지배가 남긴 폭력과 착취는 큰 상처를 남겼다. 이른바 아프리카의 ‘식민 시대’라고 불리는 기간 동안 유럽의 식민 지배 세력만큼이나 아프리카 사람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식민화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많이 밝혀짐에 따라, 아프리카 식민 시대의 재정의와 이에 관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역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식민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변화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간 아프리카 식민 정복이 유럽 역사의 일부로 취급되었을 만큼, 아프리카 역사는 자신의 역사 기록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타자로만 남아 있었다. 최근 들어 토착민 중개인들과 공모한 선교사, 관리, 민족지학자 들이 형성한 간접 지배의 주춧돌이 식민 시대 이후에 현대 아프리카의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정치 체제에 미친 영향 등 아프리카인이 아프리카 역사에서 주체성을 드러내는 면면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새로운 관점을 조심스레 살피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전에 형성된 위계 구조, 즉 유럽과 아프리카 간의 역학 관계나 전통 형성의 복잡한 성질을 짚어내며 독자가 길을 잃지 않고 최신 아프리카 역사 연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다.
식민 지배를 파고들수록, 식민 지배가 파편화되어 있는데다 모순이 많았고 유동적이었으며, 일부 아프리카 사람들의 능동적인 참여에 의존했고, 그들이 자율적인 환경에서 자신들의 어젠다를 스스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_본문 중에서
이 책은 제7장으로 구성되어, 아프리카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1장 ‘‘아프리카’란?’에서는 ‘아프리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인식되고 있는지를 다루고, 2장 ‘아프리카 사람들: 다양성과 통일성’에서는 아프리카다움’을 정의하는 핵심적인 요소인 다양성과 통일성에 대해 살핀다. 3장 ‘아프리카의 과거: 역사 자료’에서는 아프리카 역사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기록되었는지를, 4장 ‘세계 속의 아프리카’와 5장 ‘식민 시대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진 식민 지배를 비롯한 세계와 아프리카의 관계를 짚어본다. 마지막으로 6장 ‘미래에 대한 상상과 과거의 재구성’과 7장 ‘기억과 망각, 과거와 현재’에서는 식민 사관과 인종 계급 타파에 힘쓰는 아프리카 내에서의 역사 인식 변화와 더불어 아프리카가 맞은 정치적, 자연적 위기 속 역사 연구의 접근법을 고찰한다.
유럽의 식민 지배 시절은 점점 오래된 과거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 시대의 유산은 아직도 거듭되는 많은 논쟁의 대상이며, 역사학자들은 아프리카가 주권을 회복했던 1960년대 전후 시기에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역사도 마찬가지지만, 전 세계가 점점 더 촘촘하게 연결되어가는 시점에 아프리카 역사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는 핵심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짧은 책이 그런 과제를 수행할 때 유용하고 흥미를 자극하는 안내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_한국어판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