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용한 치료

테라피스트, 침묵으로 치료하다

사이쇼 하즈키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11일 | EPUB

이용가능환경 : Windows/Android/iOS 구매 후, 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파일 용량 제한없이 다운로드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구매

종이책 정가 22,000원

전자책 정가 16,500원

판매가 16,500원

도서소개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병들고 왜 치료되는가
모래와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들

“회복은 언어를 반드시 필요로 하진 않는다”
현장에 ‘뛰어드는’ 논픽션 작가, 사이쇼 하즈키가 바라본 심리치료 세계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병들고 또 왜 치료되는가? 『아주 조용한 치료: 테라피스트, 침묵으로 치료하다』는 이 질문에 관한 치열하고도 밀도 높은 논픽션이다.
사이쇼 하즈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나, 일본에서는 빈틈없는 취재와 성실한 태도로 정평이 나 있는 작가다. ‘절대음감’이라는 재능에 대해 취재한 『절대음감』으로 쇼가쿠칸 논픽션대상을, 쇼트-쇼트 소설의 대가 호시 신이치의 삶을 기록한 『호시 신이치: 1001편의 이야기를 지은 사람』으로는 제29회 일본 SF 대상, 제29회 고단샤 논픽션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책에서 사이쇼 하즈키는 정신의학의 장에 몸소 뛰어들어 5년여의 취재를 거친다. 그가 특히 파고드는 분야는 비언어적 표현을 통한 심리치료다.
언어는 인과관계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따라서 언어로 하는 상담은 때로 치료를 왜곡시키거나 정체시킨다. 그리하여 사이쇼는 일본 융 심리학의 선구자인 가와이 하야오가 일본에 소개한 ‘모래놀이치료’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살핀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치료자와 내담자를 비롯해 정신의학 및 상담·임상심리학계에 몸담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직접 임상심리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 내담자로서 카운슬링을 받기도 한다.
저자는 일본 임상심리학계의 거장 나카이 히사오에게 직접 그림치료를 실습하고, 가와이 하야오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을 인터뷰하며 모래놀이치료의 실제 사례들을 기록한다. 또한 직접 클라이언트(환자, 내담자)를 찾아가 치료 당시 상황과 내면의 변화에 대해 취재하기도 한다. 그중 모래놀이치료를 통해 중도 실명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던 이토 에쓰코와의 대화는 심리치료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저자가 그림치료를 실습하는 과정에서 자기 고통을 인지하고 응시하는 모습은 이 책만의 독특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아주 조용한 치료』는 일본 안에서 심리치료가 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기록한 논픽션인 동시에 그 과정에서 저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해가는 순간을 현장감 있게 담은 사적인 에세이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두 갈래는 모래놀이치료와 그림치료 등 ‘비언어적 표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서로를 보강한다. 저자가 취재 및 정리한 심리치료의 역사와 사례는 책의 주제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며, 저자가 나카이를 비롯한 테라피스트(의사, 카운슬러)와 대화하며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순간은 치료 과정에서 발아하는 용기와 희망을 경험하게 한다.

언어를 쓰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펼치기

국내에도 도입된 모래놀이치료는 1929년 영국의 소아과 의사 마거릿 로언펠드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모래 놀이터 혹은 상자에 미니어처 인형을 배치하게 만드는 놀이치료로부터 탄생했다. 아직 자신의 내면을 언어로 표현할 능력이 없는 아이들은 모래상자 위에 자유롭게 세계를 꾸미면서 숨겨진 감정을 드러냈다. 이후 스위스의 아동치료사 도라 칼프가 이 기법에 융의 분석심리학적 요소를 가미해 새로운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가와이 하야오는 이 모래놀이 치료가 언어로 자신을 설명하는 데 서툰 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하며 적극 도입해왔다.
모래놀이치료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언어 대신 모래 위에 직접 피규어를 세워 가상의 세계를 만들면서 치료를 진행한다. 테라피스트와 클라이언트의 만남은 바로 이 모래상자를 중심에 두고 진행된다. 모래와 피규어로 만드는 세계는 자연스레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며, 나아가 클라이언트가 용기를 얻고 세상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카운슬링’이라고 하면 의사와 환자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떠올리는 독자들에게 ‘모래놀이치료’는 낯선 광경일 것이다. 그러나 가와이가 도입한 모래놀이치료 내에서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치료 과정이다. 여기서 클라이언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래상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모시킨다. 한가운데를 갈라 강을 만들거나 가장자리를 높이 쌓아 산맥을 조성한다. 피규어를 놓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자기 자신을 다양한 연령대의 피규어로 분류해 여기저기 배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부 환경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며 도망쳐온 이들도 이곳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때 테라피스트는 클라이언트의 모래상자를 판단하는 일 없이 조용히 그 과정을 지켜보고 기다려준다. 그들은 대화만큼이나 ‘침묵’과 ‘경청’을 중요시한다. “침묵을 견딜 수 없는 의사는 심리치료사로서 부적합하다”고 말할 정도다. 자신을 배려하는 침묵과 기다림 속에서 클라이언트는 차차 모래상자 너머의 세계를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그 외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테라피스트는 비언어적 표현에 주목하며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나카이가 진행하는 ‘그림치료’ 역시 그중 하나다. 나카이는 저자를 비롯한 클라이언트들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내면의 움직임을 응시하면서 “언어적 면에서 간과하고 있던 것”들이 시각적 표현으로서 살아나는 순간을 주목한다.
환자 이토 에쓰코의 사례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삼십대에 갑작스레 중도 실명을 한 후로 그는 심각한 우울과 불안에 사로잡혀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심리학에 발을 들였고, 그 과정에서 가와이의 강연을 접하고는 모래놀이치료를 알게 된다. 외부세계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는 이토에게 모래놀이치료는 자기 자신을 구해낼 수 있는 길로 보였다. 그는 가와이의 제자인 기무라 하루코에게 치료를 받으며 자신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매달 한 차례, 이토는 모래상자 위로 강을 만들거나 마을을 짓고 산을 쌓는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모래상자에는 열매가 가득 열린 나무와 서로에게 연결된 길, 그리고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는 1년여 간 모래상자 속에서 한 차례 죽었던 자신을 부활시키고 길러내는 과정을 겪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던 “삶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과정”이 모래상자를 통해서 새로 움튼 것이다.

풍경의 구조나 색을 통해 심상을 마주하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을 객관적 관찰자나 취재인으로만 두지 않는다. 그는 한층 더 직접적인 현장으로 뛰어든다. 카운슬링 내부에서 일어나는 관계와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는 클라이언트로서 다양한 테라피스트를 만나며 카운슬링의 장에서 벌어지는 대화에 집중한다. 이 중 나카이와 진행한 그림치료 과정이 특히 눈에 띈다. 나카이와의 치료 과정을 담은 ‘축어록’에서, 저자는 그의 집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풍경구성법, 색채분할화, 자유연상화, 바움테스트 등의 검사를 거친다. 저자 자신이 직접 테라피스트의 역할을 맡아서 수행해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클라이언트는 일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그림치료에서는 아주 세부적인 변화가 클라이언트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도화지 가장자리에 테두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색과 면을 묘사하는 방식이 변하고, 풍경의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상태를 달리 설명할 수도 있다. 여기서 테라피스트가 갖춰야 할 태도는 클라이언트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있는 사람들은 예민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지녀 때로는 클라이언트들이 테라피스트를 꿰뚫어보기도 한다.
테라피스트는 클라이언트가 그린 그림을 들여다보고 그 세부적 요소에 대해 질문하거나 제안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림의 형태와 색채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클라이언트는 차차 자신의 내면에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던 심상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 역시 그림치료 과정에서 그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던 자신 내부의 그늘을 마주한다. 그는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일에서 오는 부담 등으로 인해 저도 모르게 지쳐 있던 내면을 직시하고 치료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저자는 자신이 체험한 치료 과정을 여타 클라이언트들의 사례를 기록할 때만큼이나 세밀히 기록해나간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클라이언트로서 겪은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과정을 만나며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진솔하게 기록한다. 저자가 만나온 여러 테라피스트와 클라이언트가 증언했듯이 그 역시 카운슬링을 통해 자기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사실상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나 저자 자신이 겪는 우울과 불안 등은 현대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은 질병의 형태로까지 자라나며, 스스로 모르는 새에 마음을 파먹고 삶을 소진하게 한다.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사례, 특히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막막한 허무와 마주하는 현대인의 이야기는 오늘날 한국 독자들에게도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일화로 다가올 테다.

“방법은 반드시 찾아질 테니까 함께 고민해봅시다”

현대인에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뿐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경계선 성격장애는 익숙한 질병이 되었다. 일본에서도 우울증 등 기분장애와 공황장애 등의 신경장애를 앓는 이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이들을 상대하는 테라피스트의 수는 충분하지 않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서, 의사 1명이 100명의 환자를 상대해야 하기도 한다.
사정은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증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 규모는 연평균 3.4퍼센트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그러나 정신장애로 진단받은 이들 중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12.1%에 불과하다. 2019년 WHO의 GHO 데이터를 보면 국내 정신건강 분야에서 종사하는 인력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문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늘어가는데, 그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시스템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셈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비판하고 있듯이,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클라이언트들 역시 충분한 치료 과정을 갖지 못한다. 가와이를 비롯한 여러 테라피스트가 실천해오던 ‘조용한 치료’에는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테라피스트들에게는 클라이언트를 주의 깊게 살필 시간이 없으며, 많은 클라이언트 역시 테라피스트를 주기적으로 만나는 경제적 조건에 부담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그토록 쉽고 빠르게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마음의 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마침내 새로운 언어로 이를 표현하려면, 각자가 충분히 고투할 수 있는 기간과 요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저자는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치료 방식을 소개하는 일을 넘어서 오늘날 우리가 마음을 살피고 세계를 마주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재차 질문한다. 개개인의 노력, 테라피스트로 일컬어지는 전문가의 훈련, 의료적 지원과 사회 구조의 변화…… 저자가 만난 한 테라피스트가 클라이언트에게 건넸던 “방법은 찾아질 테니 함께 고민해보자”는 말은 우리가 다 함께 취해야 할 태도인지도 모른다. 『아주 조용한 치료』는 어떻게 그러한 태도를 지닐 수 있으며 또 그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따져 묻는, 느리지만 치밀한 여정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사이쇼 하즈키
1963년 도쿄에서 태어나 고베에서 자랐다. 집중적인 취재와 연구를 통해서 한 가지 주제를 파고드는 성실한 글쓰기로 유명한 논픽션 작가다. 논픽션 외에도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부터 대담, 칼럼, 교육 등으로 분야를 넓히고 있다.
1998년 베스트셀러에 오른 『절대음감』으로 제4회 쇼가쿠칸 논픽션대상을 수상했으며, SF 작가 호시 신이치 평전 『호시 신이치: 1001편의 이야기를 지은 사람』으로 제34회 오사라기 지로상, 제29회 고단샤 논픽션상, 제28회 일본 SF 대상, 제6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비평 및 기타 부문을 수상했다.
『아주 조용한 치료: 테라피스트, 침묵으로 치료하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사이쇼 하즈키의 저서다. 그는 이 책에서 치료자와 내담자를 비롯해 정신의학 및 상담·임상심리학계에 몸담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을 통해 정신질환 및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이들이 마음을 회복하는 동안 어떤 감정을 겪게 되는지, 회복 과정을 지켜보는 치료자는 어떤 경험을 하는지, 치료자는 내담자의 곁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 나선다.

옮긴이 전화윤
한국외대 일본어과와 통번역대학원 한일과 졸업 후 국내 기업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옮긴 책으로 『과학자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스무 살의 원점』『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죽음은 두렵지 않다』『사막의 우리집』 등이 있다. 신경다양성을 키워드로 정신의학, 분석심리 학, 페미니즘 등 관심 분야를 확장 중이다.

목차소개

축어록 상上

제1장 소년과 모래상자
제2장 카운슬러를 만들다
제3장 ‘나’의 모래상자
제4장 타고난 치료자

축어록 중中

제5장 모래와 도화지
제6장 흑선의 도래

축어록 하下

제7장 앓지 못하는 병
제8장 회복의 슬픔

맺음말
부록
참고·인용문헌

회원리뷰 (0)

현재 회원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