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때문에 생긴 마음의 생채기, 이제 쓰담쓰담해 주세요!
‘학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폭력을 떠올리기 쉽다. 정서 학대를 당한 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입어 아프고 괴로운데 학대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워 줄곧 고민하다가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이곤 한다. 대놓고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말로 끊임없이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라 한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가 동시에 행해지는 중복 학대가 42.6%로 가장 많고, 정서적 학대 32.8%, 신체적 학대 15.4%가 그 뒤를 따랐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말을 함부로 내뱉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그것 역시 정서적 학대다. 우리는 이것이 아이를 더 잘되게 하기 위한 채찍질이라고 오랫동안 잘못 생각해 왔다. 더 잘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채찍이 아닌 긍정의 언어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디 갔어 고대규』는 『절대 딱지』, 『도돌이표 가족』, 『걱정방, 팔로우했습니다』 등에서 가족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사회 현상에 물음표를 던져 온 최은영 작가의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행해지는 강요와 언어폭력 등 정서적 학대 문제를 담고 있다. 정서적 학대는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인 자존감을 낮아지게 한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잃고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 이겨 내지 못한다. 이 책은 갑자기 사라진 모범생 고대규를 찾아 나선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가정 내 정서적 학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책을 읽다 보면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정서적 학대에 대해 이해하고, 나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