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뭘 하든 그때 우리 같았으면 좋겠어.”
가금은 미워하고, 늘 좋아했던 김민영에게
2022년 가장 주목받은 독립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을 책으로 만난다!
◎ 도서 소개
?앞으로 뭘 하든 그때 우리 같았으면 좋겠어.?
〈우리들〉 〈벌새〉 〈남매의 여름밤〉을 잇는 독립영화계의 새로운 물결
2022년 가장 주목받은 반짝이는 독립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을 책으로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주목받으며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린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을 책으로 만난다.
이재은·임지선, 두 신인 감독이 공동 연출한 〈성적표의 김민영〉은 열아홉에서 스물, 삶의 궤적이 가장 급변하는 서툴고 예민한 그 시기를 함께 통과하고 있는 두 친구의 미묘한 우정을 그리는 영화다. 그 시절을 건너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정교하게 담아내는 〈성적표의 김민영〉은 독특한 리듬과 유머 감각, 새롭고 통통 튀는 현대적 화법, “고요한 열기와 청정한 패기가 공존하는 듯한” 신선한 연출로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성적표의 김민영〉 각본집에는 영화에선 아쉽게 편집된 미공개 시나리오를 비롯, 저마다의 시선으로 영화 속 장면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비평 다섯 편과, ‘정희’와 ‘민영’을 연기한 배우 김주아와 윤아정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작품 안팎으로 풍성한 이해를 돕는다. 영화의 인물들을 소재로 두 감독이 나눈 대담에선 〈성적표의 김민영〉의 제작 비하인드는 물론, 어쩔 수 없는 ‘한국인’으로서의 진솔한 경험과 고민 들을 읽을 수 있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이상한 상실과 기대의 시간이 주는 정서를 아름답게 포착한다. 그리고 그 정서와 접속하면 이 영화를 몹시 좋아하지 않기란 힘들 것 같다. 잘 호명되지 않던 스산한 삶의 한 시기, 그 공기를 그려 준 두 감독에게 감사하다.
- 〈벌새〉, 김보라 감독
◎ 출판사 서평
?과연 나는 너에게 몇 점짜리 친구였을까??
‘근거 없이 씩씩하고, 기이하게 희망찬’ 스무 살의 버디 무비
가끔은 미워하고, 늘 좋아했던 김민영에게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장편경쟁부문(발견) 대상
★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국제장편경쟁 특별 언급, 관객특별상
★ 제51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36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삼행시클럽을 만들어 고교 시절을 함께 보낸 단짝 친구 유정희, 김민영, 최수산나. 영원할 것 같았던 그들의 우정도 졸업과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대학에 가지 않고 고향에 남아 테니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정희, 경산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서울로 편입을 준비하는 민영, 하버드대학에 입학한 수산나. 정희는 화상채팅으로라도 삼행시클럽을 끌고 가려 노력하지만 멀어진 거리만큼 셋의 간극은 자꾸만 벌어진다.
민영이 자신의 서울 자취방으로 정희를 초대한 어느 여름날, 정희는 고교 시절의 추억이 담긴 갖가지 물건을 챙겨 기쁜 마음으로 민영을 찾아가지만 정작 민영은 그날 뜬 성적의 정정 메일을 보내느라 여념이 없다.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모진 말들을 친구에게 쏟아 내며 정희를 버려둔 민영. 혼자 남아 친구의 일기장을 훔쳐보곤 민영을 향한 성적표를 쓰는 정희. 과연 정희와 민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서운함’과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화두로 이재은 감독이 기획한 단편영화에서 시작한 〈성적표의 김민영〉은 이재은 감독이 동료 임지선 감독에게 공동 연출을 제안하며 지금의 장편영화로 발전했다. 소중한 친구 앞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모난 감정, 대학을 둘러싼 어설픈 우월감, 한국 사회 속에 야릇하게 남아 있는 가부장제, 진로에 대한 정상성 강박… 오직 스무 살 무렵에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과 알 수 없는 불안을 두 감독은 일상적이면서도 신선하게, 아프지만 경쾌하게, 슬프면서도 용기 있게 그려 낸다.
누군가를 악마화하거나 소외시키지 않고 스무 살의 아슬아슬한 우정을 놀랍도록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성적표의 김민영〉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국경쟁(발견) 대상, 제3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관객특별상, 제99회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대상, 제23회 정동진독립영화제 관객상 등 출품하는 영화제마다 수상하며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또한 제51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 제36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벌새〉, 〈남매의 여름밤〉을 이을 한국 독립영화계의 새로운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만물이 정지한 순간에 끼어들어 오는 딸꾹질 같은 감각과 센스. 엉뚱하고도 신선한 유머 감각과 극 중 세계를 반박자 느리게 우회하며 흐르는 독특한 리듬이 도드라지는 작품.
- 이동진 평론가
바쁜 당신에게 보내는 사차원 친구의 엉뚱하고도 사려 깊은 응원과 지지의 태피스트리.
-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
미공개 장면 포함 오리지널 시나리오, 영화와 ‘읽는’ 다섯 개의 시선,
김주아?윤아정 두 배우의 에세이, 이재은?임지선 감독의 대담까지
〈성적표의 김민영〉을 만나는 가장 오롯한 방법
〈성적표의 김민영〉 각본집에는 영화에선 아쉽게 편집된 미공개 장면들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비롯해, 영화 속 장면과 설정 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다양한 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 풍성한 글들이 담겼다.
저마다의 관점으로 영화를 읽어 낸 이소영, 이다혜, 이라영, 서솔, 이의진의 비평은 〈성적표의 김민영〉의 세계를 작품 안팎으로 다채롭게 확장한다. 《씨네21》 기자 이다혜는 영화가 시종일관 경쾌하게 넘나드는 미묘함을 중심으로 〈성적표의 김민영〉을 읽어 낸다. 말을 경유하지 않은 채 흘러 온 과거, 유머러스하면서도 서로에게 작은 상처 같은 인상을 남기는 장면들. 누구의 잘못, 결정적인 큰 사건이 아닌 이런 미묘한 순간들이 〈성적표의 김민영〉 속 갈등을 구성한다.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은 지방의 여성 청소년에게는 대학 진학이 자신을 구속하는 문화들로부터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짚으며, 그럼에도 ‘더 깊은 나’를 꿈꾸며 고향에 머무르기를 선택한 청춘, 정희에게 초점을 맞춘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운영자이자 작가 서솔은 영화를 훗날 민영이 과거를 회고하며 쓰는 한 편의 반성문으로 해석하며 불완전한 기억과 미숙한 우정에 대해 성찰한다. 대학에서 법학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 이소영과 오랫동안 고3 입시를 담당해 온 고등학교 국어 교사 이의진은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기꺼이 나누며, 온몸으로 스무 살을 통과하는 중인 주인공들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를 보낸다.
정희와 민영을 연기한 소회를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배우 김주아와 윤아정의 반짝이는 에세이와, 영화의 인물들을 소재로 두 감독이 나눈 대담에는 〈성적표의 김민영〉의 제작 비하인드는 물론, 21세기 한국에서 관계 맺고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으로서의 진솔한 경험과 고민 들이 담겼다.
오늘도 오지 않을 미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외로운 정희와 민영이 들에게, 〈성적표의 김민영〉 각본집 속 글들은 때로는 고요한 시처럼, 때로는 솔직한 일기처럼, 때로는 유쾌한 시트콤처럼 독특한 위로와 공감을 전해 줄 것이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인 우리 모두는 늘 가식과 형식에 둘러싸여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에 떨겠지만, 영원히 이대로 살아가도 된다고, 아무도 한심하다고, 덜 절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우리 영화가 그런 위로를 주는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
- 윤아정, 가끔은 미워하고 늘 좋아했던 김민영으로부터, p.181
◎ 추천의 글
만물이 정지한 순간에 끼어들어 오는 딸꾹질 같은 감각과 센스. 엉뚱하고도 신선한 유머 감각과 극 중 세계를 반박자 느리게 우회하며 흐르는 독특한 리듬이 도드라지는 작품.
- 이동진 평론가
스무 살. 그해의 나는 미디어에서 그리는 젊음과 내 젊음이 너무 다른 데서 오는 기이한 괴리감을 느꼈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이상한 상실과 기대의 시간이 주는 정서를 아름답게 포착한다. 그리고 그 정서와 접속하면 이 영화를 몹시 좋아하지 않기란 힘들 것 같다.
잘 호명되지 않던 스산한 삶의 한 시기, 그 공기를 그려 준 두 감독에게 감사하다.
- 〈벌새〉, 김보라 감독
〈성적표의 김민영〉을 보지 못한다면 올해의 발견을 놓치는 거다.
- 〈화차〉, 변영주 감독
우리는 좀 더 늠름해질 수 있다며 차분하게 이의를 신청하는 친구를 만났다.
-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윤성호 감독
바쁜 당신에게 보내는 사차원 친구의 엉뚱하고도 사려 깊은 응원과 지지의 태피스트리.
-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
한 세계가 다른 세계를 향해 육박하는 세찬 포옹
-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오직 20대에만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다. 〈성적표의 김민영〉 이재은·임지선 감독은 그 외로움과 막막함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데뷔작을 만들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현민 프로그래머
‘한국인의 삶’을 이야기할 때 불쑥 튀어나오는 외로움, 고독, 쓸쓸함 같은 감정들은, 물론 절반만 무거울지라도 넓은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하다.
-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
강하고 자극적인 드라마 장치 없이, 그리고 김민영을 악인화하지 않으면서 화자의 시선, 그러니까 정희의 시선을 통해 우정과 관계의 본질을 담아낸다.
- 무주산골영화제 조지훈 프로그래머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장편경쟁부문(발견) 대상
*제9회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한국장편경쟁 대상(작품상)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국제장편경쟁 특별 언급, 관객특별상
*제23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1일차 대상)
*제4회 고창농촌영화제 한국장편경쟁 관객
*제51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18회 홍콩아시안국제영화제,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 제22회 샌디에이고아시아영화제, 제36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 본문에서
-정희: 김
-민영: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김씨들이 모여 가장 효용 없는 한 사람을 추방하자 회의를 했다.
-정희: 민
-민영: 민영아.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변호하고 싶었다.
-정희: 영
-민영: 영원히 제가 이대로 살아가진 않을 거예요. (p.12)
정희,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구경한다.
-정희: (냉장고 속 푸딩을 집어 냄새를 맡으며) 오. 푸딩 있네?
-민영: (놀라서 뒤돌아보며) 아야, 그거 누구 줄 거야. 그거 빼고 진짜 다 먹어.
정희, 푸딩을 제자리에 내려놓는다. 푸딩 외에 파, 다진 마늘, 레몬, 불고기 양념 소스 통만이 있는 텅 빈 냉장고 안. (p.73)
삶은 그들이 약초의 박사가 될 때까지 숲속에 있도록 인내해 주지 않을 것이다. 스무 살의 세 사람은 저마다의 숲을 내면에 품은 채 세상 안으로 계속 걸어 들어가야 할 것이다.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상태로, 자기모순의 혼란을 앓으며, 그럼에도 이들은 매일의 발걸음을 뗄 것이다.
(이소영, 한 시절의 마음을 매기다, p.137)
깜깜한 방 안에서 민영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마치 물결치듯 정희도 따라 웃기 시작한다. 〈성적표의 김민영〉 속 고등학교 시절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다. 그들은 대체로 서로를 잘 이해하는 듯 보이는데, 그 이해는 말을 경유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다. 더 정확히는 서로에게 구구절절 설명해 본 적 없는 관계다. 매일 같이 지낼 때 비언어적 소통으로 서로를 이해한 부분이 컸다는 사실을, 열아홉 살에는 굳이 알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누구의 잘못, 결정적인 큰 사건이 아니라 이런 미묘한 순간들이 〈성적표의 김민영〉 속 갈등을 만들어 간다.
(이다혜, 멀어지는 것들 사이의 네 얼굴, p.142)
어쩌면 정희는 ‘더 넓은 세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더 깊은 나’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그가 가끔 꿈꾸는 삶은 깊은 숲속에서 홀로 약초를 캐며 사는 삶이다. 사람들에게는 잊힐 즈음 자신은 약초 박사가 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은둔을 희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세상을 알고 싶어 한다. 민영에게는 ‘사차원’으로 보이는 다소 엉뚱한 정희는 오히려 제 삶을 매우 현실적인 차원으로 구축한다. 민영의 현실적 충고와는 결이 다른, 정희가 만드는 현실이다.
(이라영, 관계의 시차, pp.153~154)
역설적으로, 이 영화 자체가 훗날 민영이 정희에게 보내는 거대한 반성문으로 보였다.
사실 민영은 그렇게까지 별로인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자신을 위해 참외며 햇반을 한가득 싸 온 친구에게 현관문조차 잡아 주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을 수도 있고, 성적 정정을 하느라 ‘그렇게까지’ 정희를 내팽개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제론 멀리서 온 정희를 위해 맛있는 한 끼를 해 먹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 가면서 10년 전 자신을 돌아봤을 때, 정희에게 못되게 한 행동만 기억나는 것이다. 만약 10년 뒤 민영의 곁에 정희가 없다면, 그날의 기억은 영원히 그렇게 멈출 수도 있다.
(서솔, 회고록의 김민영, p.162)
앞으로도 세 명은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갈 것이다. 영원히 “그때 우리 같았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은 세월에 닳아질 것이다. 하지만 각자가 가진 꿈이, 현재의 상황이, 모순된 태도가 아무리 가볍게 보여도 무시할 수 없다. 딱히 누군가가 덜 절실하다고도 말할 수도 없다. 알 수 없는 불안, 막연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그다지 희망적일 수만은 없는 기다림을 가진 열아홉과 2분의 1살이 가진 젊음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열아홉과 스무 살 사이, 완전하지 못한 미묘한 우정은 그렇게 현재진행형이다.
(이의진, 열아홉과 스물 사이, 불완전한 우정 보고서, p.171)
사실, 이 장면 말고도 참 솔직해서 안쓰럽고, 그래서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참 많다. “이런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인지 알아?” 하며 이야기해 주는 것 같은 그 장면들이 나에게 ‘위로’가 됐다면, 관객분들껜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정말 궁금하다. 어떤 감정에서든 문득 꺼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 그런 마음이 들면 언제든지 일기장 펼쳐 보듯 볼 수 있는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이 관객분들께 그런 영화가 되면 좋겠다.
(김주아,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감정들에게, p.177)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바삐 나아가는 것도, 제자리에 머무르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모두 가치 있다.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살아가는 것도, 때로는 세상을 뒤집어 상상해 보는 것도 모두 의미 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인 우리 모두는 늘 가식과 형식에 둘러싸여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에 떨겠지만, 영원히 이대로 살아가도 된다고, 아무도 한심하다고, 덜 절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우리 영화가 그런 위로를 주는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
(윤아정, 가끔은 미워하고 늘 좋아했던 김민영으로부터, p.181)
아주머니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건데, 정희는 혼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조금은 비장하게 대답하잖아. 그 대사는 정희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 확신이 있는 사람이기보다는, 확신을 가지고 싶은, 더 당당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는 해석에서 나왔던 것 같아. 사실 그 장면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자격지심’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정희식의 자격지심. 그런데 이 표현이 입에서 잘 나오지 않는 건, 이 단어를 정희에게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인 거 같아.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조금 더 따뜻하고 사려 깊은 단어를 써 주고 싶어. 그래서 단단해 보이는 정희가 ‘내면에 가지고 있을 약간의 불안감’, ‘확신을 가지고 싶은 마음’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재은·임지선, 성적표의 뒷면, p.197)
나는 여태까지 성적표에서의 핵심은 ‘한국인의 삶’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제 다시 생각하면서, 그리고 우리는 진짜 영화를 한 100번은 봤잖아. 그 100번을 보면서 다시 이 부분을 생각했을 때, 성적표의 “마음과 행동 A: 내가 이상한 이야기를 해도 ‘아, 그렇구나’ 하고 이야기를 들어 줌. 밖이 아니라 안에서 나를 봐 주고 있다는 느낌. 괜찮은 사람이구나 싶을 때가 있어.” 이 항목이 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게 영화를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라는 생각도 들고. ‘있는 그대로 봐 주는 시선’. 어쩌면 이게 인간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다른 말로는 ‘신뢰’, 다른 말로 ‘용서’인 것 같기도 한데. 있는 그대로 상대를 본다면 사람 사이에 정말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아.
(이재은·임지선, 성적표의 뒷면,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