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와 ‘빙산 이론’이 농축된 헤밍웨이의 소설들
문장 구조 그대로를 살려 번역할 때, 헤밍웨이의 문학은 더욱 빛을 발한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작가 헤밍웨이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대작을 남기고 1952년 발표한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기자로 일한 경험에서 그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사실적으로 내용을 묘사하는 방법을 배웠다. 스스로 “엷게 펼쳐 놓기보다는, 항상 졸인다boiling”라고 말할 정도로, ‘하드보일드’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글쓰기 방식에 특히 신경을 썼다.
지금까지 헤밍웨이의 작품들은 여러 번역자들을 통해 널리 소개되었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헤밍웨이의 작품을 읽은 뒤 기억나는 것이 줄거리뿐이라면 우리는 헤밍웨이를 절반밖에 느끼지 못한 것이다. ‘헤밍웨이 문체’는 단순히 짧게 끊어 쓰는 단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원문을 보면 그의 문체는 장문, 복문도 수시로 등장한다. 그런데 번역하면서 ‘단문’에 집착하여 접속사와 쉼표를 무시한 자의적 번역들이 많은데, 이는 헤밍웨이 문장의 맛과 멋을 많은 부분 해친다.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함께 헤밍웨이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이 ‘빙산 이론’이다. 작가가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면, 알고 있는 바를 생략할 수 있으며, 독자들은 마치 작가가 그것들을 서술한 것과 같이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헤밍웨이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또한 서술 구조나 대명사, 단어의 의미를 임의로 번역하게 되면 원어민이 아닌 역자는 그 뉘앙스나 작가의 의도를 놓치게 된다.
개정판 <헤밍웨이>를 펴내며
역자 이정서는 이번에 개정판 『헤밍웨이』를 펴내면서,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고 헤밍웨이가 고심했을 문장에 보다 근접하기 위해, 보다 적확한 단어들을 고르기 위해 신중한 정성을 기울였다. “작가의 문장을 흩뜨리면 내용도 달라지는 것”이라며 쉼표 하나, 단어 하나도 원문에 충실한 정역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난해하기로 소문난, 그러나 헤밍웨이 자신과 가장 닮았다는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헤밍웨이 단편의 으뜸으로 꼽히는 <빗속의 고양이>는 아주 오랜 시간 공들여 퇴고를 거듭한 만큼, 헤밍웨이 소설의 본질에 성큼 다가갔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