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쪽으로

이저벨라 트리 | 글항아리 | 2022년 11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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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쟁기질을 멈추고 야생으로 되돌리기 위한 20여년의 시도
재야생화는 어떻게 만물을 되살려내는가
농사와 땅에 대한 통념을 뒤집고 새로운 경관과 풍경을 논하다

농장을 야생 상태로 되돌리려는 커다란 시도

“저 나무들을 죽이고 있는 건 쟁기질과 쟁기질에서 비롯된 모든 것이에요.”_테드 그린

이 책은 다년간 심혈을 기울여 사유지 넵 캐슬을 경작지로 일구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농사짓던 영국인 부부가, 어느 날 문득 자신들의 대농장을 완전히 뒤엎기로 결정하고 20여 년에 걸쳐 그곳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야생 상태’로 되돌리게 된 모험적 스토리를 담고 있다.
농부의 땀과 핏방울이 우릴 먹여 살리고, 농부의 마음은 하늘도 알아줘야 할 만큼 고귀한 것이라는 생각을 우린 배워왔지만(가뭄이 들면 농부들이 토해내는 피울음을 상상하면서), 『야생 쪽으로』는 쟁기질 속에서 죽어나간 나무들에 눈길을 주는 가운데, 영국의 질퍽한 농장에서 쟁기질을 멈추는 것이 어떻게 이들 죽은 나무를 비롯한 만물을 되살려내는지 그 반대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야생 일지 같은 이 책은 농사와 땅에 대한 통념을 뒤집고,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경관과 풍경에 대해 전혀 다른 미적 관점을 제기하며, 나아가 동물이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사체들을 일상에 내버려두자면서 부드러운 흙처럼 우리를 설득한다.
‘야생’으로 되돌리겠다는 프로젝트라니……. 이런 문명 역행적 행동을 접한 주변의 반응과 쏟아지는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농부들은 땅을 경작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을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농사를 신처럼 떠받드는 이들은 땅의 ‘낭비’라며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치부했다. 또한 잡초는 보는 이들을 불쾌하게 할 뿐 아니라 땅 주인이 게으를 거라는 생각을 품게 해 사정을 모르는 이웃들은 심지어 원한마저 품는다.
야생화 작업에 돌입하면 가장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문제는 잡초로, 엉겅퀴, 소리쟁이, 금방망이 같은 잡초가 자라나자 동네 주민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이런 분노 앞에선 저자도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인은 잡초를 견딜 수 없도록 진화되어온 탓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주민들에게 ‘잡초’로 불리는 토종 꽃들을 자신의 땅에서 뽑아대느라 매년 큰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도 “감성을 해친다”며 잡초를 불쾌히 여기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세웠다 허물었다 다시 세우는 작업의 무한 반복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온갖 대출과 자산과 육체노동을 갈아넣어 농사를 지었다. 부부는 땅을 쟁기와 로터베이터로 갈아 양질의 경작토로 만들었고, 얼마 후 제초제를 뿌리고, 써레질을 하고, 혼합씨앗을 뿌리고, 이듬해에 씨앗들이 싹틀 기회를 주도록 작업하고, 비료를 주고, 베는 작업을 매해 반복했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재정 상태는 악화되었고 땅도 자연도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변질되어갔다.
덫에 걸렸다고 생각한 저자 부부는 2001년 중대한 결심을 했다. 바로 자연이 이끌어가도록 그냥 놔두는 것이었다. 바꿔 말해 목표 설정 자체를 없애는 것이었다. 일찍이 이런 실험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에 저자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경작지였다가 재야생화된 3500에이커의 땅은 2009년까지 시급히 보호해야 할 15종의 동물들(박쥐 4종과 조류 11종)을 포함해 보존 중요성이 있는 60종의 무척추동물을 불러들였다. 또 2009년에 76개의 새로운 나방 종이 이 땅에 흘러들어와 현재 총 276종의 나방이 서식한다. 쇠백로, 알락해오라기, 검은머리흰죽지, 삑삑도요 등 이따금 찾아오는 동물도 늘어났다.
재야생화된 이곳을 상징하는 동물로는 단연 멧비둘기와 나이팅게일을 꼽을 수 있다. 1967년에서 2007년 사이 영국에서 나이팅게일의 개체수는 무려 91퍼센트나 줄었는데, 이제 살아남은 나이팅게일의 상당수가 저자의 땅에 둥지를 틀고 있다. 멧비둘기는 현재 영국 전역에서 5000쌍이 채 되지 않는데, 이 땅에서만 노래하는 멧비둘기 수컷이 16마리나 발견됐다. 게다가 2009년 이곳엔 53마리의 롱혼 소, 23마리의 엑스무어 당나귀, 2010년엔 42마리의 다마사슴이 합류해 활기 넘치는 밀도와 복잡성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경관을 조성하고 있다.

저자소개

지은이 이저벨라 트리Isabella Tree
1964년에 태어나 런던대학에서 고전을 공부했다. 작가이자 여행 저널리스트이며 넵 황무지 프로젝트의 관리자다. 2000년에 환경보호론자인 남편 찰리 버렐과 함께 영국 웨스트서식스주에 있는 적자 상태의 농지에서 개척적인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황폐했던 땅이 20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기능하는 생태계가 되었고 야생생물의 수가 급증해 수많은 멸종위기 동물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저서로는 영국의 조류학자 존 굴드의 전기인 『조류 연구가??The Bird Man』를 시작으로 뉴기니의 고지대 여행기인 『구름에 싸인 섬들??Islands in the Clouds』, 멕시코 여행기인 『잘린 이구아나Sliced Ihuana』, 카트만두 중심부 여행기인 『살아 있는 여신??The Living Goddess』 등이 있다.
2021년 첫 어린이책 『우리가 야생화되면When We Went Wild』을 출간했고 현재 크고 작은 재야생화를 위한 실용적 안내서를 쓰고 있다. 『야생 쪽으로』는 리처드 제프리스 도서상 자연 부문을 수상했고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이 선정한 2018년 10대 과학서로 꼽혔다. 2020년에 생태학 및 환경관리 협회??CIEEM 메달을 받았고 2021년에는 왕립지리학회의 네스 상을 받았다.
그동안 『내셔널지오그래픽』 『선데이타임스』 『옵서버』에 글을 기고해왔고, 여기 실린 기사들은 최고의 미국 여행기나 『리더스다이제스트』가 뽑은 오늘날의 최고 논픽션으로 선정되었으며, 트래블렉스 트래블 작가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박우정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남성 과잉 사회』, 『인문학은 자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왜 신경증에 걸릴까』,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노예 12년』, 『좋은 유럽인 니체』, 『톨스토이 단편선』, 『스프린트』, 『월든』, 『자살의 사회학』, 『태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나의 비밀 친구』, 『스프린트』,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등이 있다.

목차소개

연대표
넵 사유지 지도
들어가는 말

1. 놀라운 나무 밑에서 놀라운 사람을 만나다
2. 모든 것과의 불화
3. 세렝게티 효과
4. 초본초식동물들의 비밀
5. 삼림 목초지의 세계
6. 야생 조랑말, 돼지, 롱혼 소
7. 혼란 일으키기
8. 노란색 위험과의 동거
9. 작은멋쟁이나비와 최악의 상황
10. 번개오색나비
11. 나이팅게일
12. 멧비둘기
13. 강을 재야생화하다
14. 비버의 복원
15. 목초지 사육
16. 토양의 재야생화
17. 자연의 가치

부록: 넵 황무지 자문위원회
출처
참고서적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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