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에 이은 3대 하드보일드 거장
‘하드보일드의 시인’로스 맥도널드의 대표작
영국 추리작가협회 실버 대거상 수상
캘리포니아의 휴양지, 루 아처는 젊은 청년에게서 신혼여행중에 사라진 신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어렵지 않게 찾아낸 그녀는 양손에 피를 묻힌 채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할 뿐. 루 아처는 무고한 신혼부부와 살인 사건의 해결을 위해 나선다.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들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열아홉 번째 작품, 『소름』이 출간되었다. 『소름』은 ‘하드보일드의 시인’ 로스 맥도널드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스스로도 “지금까지 썼던 작품 중 가장 소름끼치는 플롯”을 갖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소름』에서는 꿈과 사랑을 잃어버린 청년과 욕망의 화신이 된 기성세대가 충돌하며, 부모가 지은 죄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특히 맥도널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정한 하드보일드 세계에 대한 가슴 아프도록 아름다운 표현, 상처 입은 젊은 세대에 대한 연민, 현실 세계의 비극을 노골적으로 조명하는 플롯은 『소름』에서 절정에 달했다. 『소름』은 총 열여덟 편으로 이루어진 ‘루 아처’ 시리즈에서 중반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작가의 노련한 연출을 만끽할 수 있다.
로스 맥도널드는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를 계승하여 하드보일드를 완성시킨 3대 하드보일드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설탐정 ‘루 아처’ 시리즈로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에 한 획을 그었으며, 영국 추리작가협회의 골드 대거상, 실버 대거상, 미국 추리작가협회의 에드거상을 휩쓸었다. 로스 맥도널드의 사회 비판적 시각은 대리 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던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과 만나며 대중과 평단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루 아처는 곧 나 자신이다.”?로스 맥도널드
‘루 아처’ 시리즈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가상 도시 샌타테레사를 배경으로 한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이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루 아처는 키 190센티미터, 몸무게 약 80킬로그램에 달하는 거구로, 짧게 깎은 머리카락에 나이는 사오십 대로 추정되는 사설탐정이다. 아처라는 이름은 더실 해밋의 『몰타의 매』에 등장하는 샘 스페이드의 동료 마일스 아처에서 따온 것이다. 다른 탐정에 비해 루 아처는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시리즈에서는 드문 경우다.
이전의 하드보일드 탐정들, 예컨대 해밋의 샘 스페이드나 챈들러의 필립 말로는 무력과 직감으로 무장하고 냉철한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부류였다. 특히 필립 말로의 냉소적인 자세와 신경질적이고 터프한 모습은 탐정 캐릭터의 전형처럼 여겨질 정도다. 반면, 루 아처는 냉소적이라기보다 무심하다. 감정의 동요를 겉으로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작품 전반에 깔린 비판적인 어조는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상대의 영혼을 꿰뚫어 보고 있지만 동시에 그 존재를 가엾게 여기기도 한다. 『푸른 망치(The Blue Hammer)』에서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통찰 속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이 시리즈에 대해 각본가 윌리엄 골드먼은 “미국인이 쓴 탐정소설 시리즈 중 최고”라고 격찬했으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 페이지를 들추어도 억제된 필치로 사람들의 애달픈 인생살이가 절실하게 그려져 있다. 등장인물은 모두 어두운 색 모자라도 뒤집어 쓴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불행에 이르는 여정을 각자 하염없이 걷는다”고 평했다. 또한 영국과 미국 추리작가협회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시리즈다. 1949년 『움직이는 타깃(The Moving Target)』부터 1976년 『푸른 망치』까지 총 열여덟 편이 출간되었다.
해밋의 『몰타의 매』와 챈들러의 『빅 슬립』처럼 맥도널드의 『움직이는 타깃』 역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주인공 루 아처가 ‘루 하퍼’로 다시 태어나 〈하퍼(Harper)〉(1966)에 등장했다. 주연을 맡은 배우는 1950년대 미국의 청년 문화를 상징하며 도시적이고 냉소적이며 이지적인 이미지의 소유자인 폴 뉴먼이었다. 『움직이는 타깃』에 이어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익사(The Drowning Pool)』(1950) 역시 폴 뉴먼 주연에 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1974년에는 미국의 방송사 NBC에서『지하인간(The Underground Man)』(1971)이 영화로 만들어져 방영되었고, 이듬해 1975년에는 루 아처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 시리즈가 제작?방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