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어떻게 여성의 몸을 통제해왔는가”
시각문화에 뿌리내린 여성의 사회적 고정관념에 관한 논쟁
역사적으로 ‘보는 행위’는 모두에게 주어진 기본 권리가 아니었다. 본다는 것, 그리고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권력 및 통제와 관련이 있다. 이는 자신들의 버전으로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누구이고, 누군가를 대상으로 삼는 주체는 누구인가와 연관된다. 특히 지난 수세기에 걸쳐 시각문화 창작을 거의 독점해온 남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여성성의 전형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통제해왔는지 짚어보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이 책을 쓴 영국의 미술사학자 캐서린 매코맥은 소더비인스티튜트오브아트, 덜위치미술관 등 미술계 주요 기관에서 강연과 포럼을 열어 고대부터 현대미술, 또 TV 광고와 영화 속 ‘여성’의 이미지까지 현재 우리가 보는 대다수 매체 속 여성에게 덧입혀진 고정관념을 연구하고 발표해 『시선의 불평등』의 뼈대를 이루는 기본 개념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기출간 도서 가운데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캐서린 매코맥처럼 시각문화 속 여성을 이 만큼 다층적이며 종합적으로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미술사학자이자 여성, 어머니이기도 한 저자의 경험과 심리를 녹여낸 글쓰기는 강렬한 논쟁이 펼쳐지는 책의 바다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한층 깊은 몰입으로 안내한다.
“유명한 이미지들에서 여성과 여성의 신체를 다루는 방식을 재고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시각문화에 뿌리내린 여성과 인종에 따른 사회적 고정관념에 관한 논쟁에 확성기를 대고 “편향된 시각의 바로세우기”를 위해 쓰였다.
재현의 정치학
그림 속 여자들, 다른 방식으로 보기
책은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장에서는 1)여성 신체에 관한 통제 2)정형화된 어머니 3)수동적 여성과 성폭력 4)여성혐오 장치로써의 괴물 이미지를 신화, 종교미술, 대중문화 속 시각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흐름과 문화의식을 촘촘히 엮어 진보적 관점으로 깊이 있게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