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미스터리의 황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대표 시리즈
법정의 영웅 ‘페리 메이슨’이 첫 사건을 수임한다!
젊고 유능한 변호사 페리 메이슨에게 아름다운 의뢰인이 찾아온다. 이름도 주소도 모두 거짓투성이인 여성은 스스로의 정체는 철저히 감춘 채, 자신과 유망한 정치인 간의 불륜 관계를 폭로하려는 언론사의 입을 막아줄 것을 의뢰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언론사의 배후에는 의뢰인의 남편이 있었던 것. 더구나 그 남자는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어버리고 만다. 이 소식을 전한 의뢰인이 울먹이며 해대는 소리는 메이슨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데……. “당신이 제 남편을 쏴 죽였잖아요!”
『벨벳 속의 발톱』은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책이 팔린 작가’얼 스탠리 가드너에게 처음으로 명성을 안겨준 ‘페리 메이슨’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번 판본은 기존 해적판 일본어 중역본에서의 오류를 바로잡았을 뿐 아니라, 원문의 속도감과 경쾌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리도록 노력을 쏟았다. 도심을 숨 가쁘게 활주하는 변호사 페리 메이슨의 활약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라면 엘릭시르의 『벨벳 속의 발톱』을 감히 추천해볼 만하다.
하드보일드와 추리, 법정물의 삼위일체
『벨벳 속의 발톱』의 도입과 전개는 꽤 단순명료하다. 변호사 페리 메이슨에게 의문투성이 의뢰인이 찾아오고, 메이슨은 그 의뢰를 받아들인다. 의뢰인을 위해 이리저리 뛰는 과정에서 메이슨은 의뢰인의 비밀에 대해 알아내고, 이는 곧이어 벌어지는 범죄와 깊은 개연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이제 페리 메이슨은 의뢰인도 구하고, 사건의 미스터리도 풀어내야만 한다.
페리 메이슨은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훑고 법적 지식을 뽐내는 변호사와는 다르다. 그는 사건을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몸으로 부딪쳐 깨는 하드보일드 탐정”에 가깝다. 도심을 분주하게 가로지르는 메이슨의 보폭을 따라가듯 속도감 있는 전개와 대화, 빠른 장면 전환은 복잡한 트릭과 단서를 쥐고 골몰하게 만드는 퍼즐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가드너는 (중략) 사건에 얽힌 다채로운 정보들을 취합하여 추론하는 안락의자 탐정이 아니라 자신의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몸으로 부딪쳐 깨는 하드보일드 탐정에 가까운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아니, 반대로 하드보일드적인 전개 속에서 퍼즐 미스터리의 재미를 추구했다고 말하는 편이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 『벨벳 속의 발톱』의 ‘해설’ 중에서
그러나 가드너가 오로지 하드보일드로서의 재미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플롯의 세부 사항들이 모두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매우 공을 들였다고 하며, 특히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법률 분야에 대한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다수 ‘페리 메이슨’ 시리즈 내 작품과는 달리 『벨벳 속의 발톱』에서는 법정에서의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단서를 하나하나 짜 맞추는 결말부에서 돋보이는 페리 메이슨의 지적인 면모는 ‘탐정’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싸우는 변호사 페리 메이슨
1933년에 처음 독자에게 소개된 『벨벳 속의 발톱』는 단숨에 엄청난 인기를 끌며 삼천 부 이상 판매되었다. 가드너는 시리즈의 흥행에 박차를 가해, 같은 해 9월에 곧바로 다음 작품인 『토라진 소녀(The Case of Skulky Girl)』을 출간했다. ‘페리 메이슨’ 시리즈는 중단편 모음집을 포함해 80여 권이 출간되었으며, 최근까지도 수차례 영상화되었듯 특정한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시리즈를 이끄는 주인공 페리 메이슨은 명석하고 논리적인 사고력에 행동력까지 겸비하여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열정적으로 싸우는 변호사로 그려진다. 게다가 특이하거나 승소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사건을 흔쾌히 즐길 만큼 모험심 넘치는 인물이기도 하다.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둔 사립 탐정 폴 드레이크는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 파트너에 가까우며, 비서인 델라 스트리트와는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연인 관계이다.
한편 수없이 많은 작품에 등장한 것에 비해 그의 외양은 정확히 묘사된 바가 없으며, 변호사로 활약하기 이전의 과거 역시 불명확하다. 이런 불특정성은 독자가 자신이 가상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의로운 투사’의 모습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쉽게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페리 메이슨은 또 다른 사건과 함께 ‘미스터리 책장’을 통해 독자를 찾을 예정이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귀환
2018년 30번째 작품을 출간한 뒤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4년 만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책장’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첫 주자는 총 다섯 작품으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벨벳 속의 발톱』,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조젯 헤이어의 『조심해, 독이야!』, 로널드 녹스의 『철교 살인 사건』이다.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스터리 책장’은 꾸준히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