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버스 가문 사람은 목이 부러져 죽는다.”
‘불가능 범죄’의 대가 존 딕슨 카의 섬뜩한 오컬트 미스터리
과거 수많은 마녀를 처형했다는 ‘마녀의 은신처’ 부근에 자리한 채터럼 교도소는 오래전부터 스타버스 가문이 소유하고 관리해왔다. 그 집안사람들에게는 저주처럼 따라붙는 소문이 있었는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스타버스 가문의 후계자 마틴은 유산상속을 위한 의식을 치르러 버려진 교도소 건물로 향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램폴은 불현듯 불길함을 느끼고 교도소로 달려가고, 그곳에서 정말로 ‘목이 부러진 채’ 죽은 마틴을 발견한다. 스타버스 가문의 피에는 정말로 마녀의 저주라도 걸려 있는 것일까? 그 모든 것을 지켜본 펠 박사가 마침내 저주를 풀어낸다.
불가능 범죄의 대가 존 딕슨 카의 가장 사랑받는 탐정 ‘기디언 펠 박사’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마녀의 은신처』의 첫 완역본이 출간되었다. 잉글랜드의 채터럼이라는 가상의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펠 박사는 버려진 교도소를 둘러싼 음울한 역사와 스타버스 가문에 내려오는 저주에서 비롯한 죽음의 비밀을 파헤친다. 또한 『화형 법정』에서도 펠 박사와 함께 활약한 바 있는 태드와 도러시 부부의 과거와 첫 만남, 모험까지 다뤄 소설적인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짙은 저주의 안개 속에서 빛나는 지성과 논리
애거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과 함께 영미 미스터리 소설의 황금기를 이끈 존 딕슨 카는 불가능 범죄, 밀실 트릭, 역사 미스터리부터 평전 및 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약을 보인 미국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사건과 기발하고 정교한 트릭에 정통한 한편, 호러와 오컬트에도 심취해 오컬트적인 요소 혹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미스터리에 혼합시키기를 즐겼다.
카의 작품에는 오래되고 으스스한 저택이나 기괴한 건물, 불길한 전설 또는 괴담, 저주나 금기, 축축한 공기가 감도는 분위기가 곧잘 등장하는데, 이러한 초자연적인 요소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서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고안된 트릭,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추리와 대비되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마녀의 은신처』에서는 잉글랜드 채터럼 지역의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낡은 교도소와, 그 교도소를 건설하고 관리해왔던 스타버스 가문에 얽힌 불길한 소문이 고딕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침내 가문의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피할 수 없는 인습과 “스타버스 가문 사람은 목이 부러져 죽는다”는 저주의 말을 실현하는 듯한 죽음이 실제로 발생하고, 주인공들은 불가사의한 공포로 내몰리고 만다. 하지만 이 순간이야말로, 불가해한 현상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기디언 펠 박사의 추리가 진정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기디언 펠 박사의 첫 등장
기디언 펠 박사는 존 딕스 카가 창조한 탐정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자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다. 그는 법학 박사이자 왕립역사학회 회원, 그리고 런던 경찰청의 명예 고문으로 활약한다고 소개되는데, 『마녀의 은신처』에서 첫 등장한 이래로 20여 편의 작품에서 등장한다. 그 가운데 『세 개의 관』은 밀실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존 딕슨 카의 작품 중 최고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펠 박사는 주로 망토를 둘러 입은 거대한 몸을 두 개의 지팡이로 지탱해 걸으며, 콧수염을 기르고 챙 넓은 모자를 쓴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스터리 팬들 사이에서는 명탐정 브라운 신부를 탄생시킨 미스터리 작가 G. K. 체스터턴의 외모만이 아니라 성격까지도 많이 닮아 있어 그를 모델로 삼고 창조되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밀실 범죄 혹은 ‘불가능 범죄’에서 대활약하는데, 완벽한 해답에 이르기 전까지는 절대 추론을 밝히지 않는 명탐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한편으로는 쾌활한 성격에 온갖 술을 즐기고, ‘영국 사람들의 맥주 마시는 습관’에 깊은 흥미를 지녔으며 코미디를 좋아하는 유쾌한 성격이기도 하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귀환
2018년 30번째 작품을 출간한 뒤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4년 만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책장’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첫 주자는 총 다섯 작품으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벨벳 속의 발톱』,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조젯 헤이어의 『조심해, 독이야!』, 로널드 녹스의 『철교 살인 사건』이다.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스터리 책장’은 꾸준히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