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여성의 80퍼센트 이상이 신고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지인에 의한 강간은 신고율이 가장 저조한 범죄다. “왜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크라카우어는 바로 이 질문을 움켜잡고 미줄라의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미국 북서부의 평범한 대학도시 미줄라. 2010~2012년 몬태나 대학교를 중심으로 일련의 강간 사건들이 부각되고, 미줄라는 ‘강간 수도’라는 오명을 얻는다. 작가는 그 중심에 있던 세 사건의 처리 과정(대학법원 청문회, 경찰과 검찰 조사, 법원의 배심원 재판 등)을 소개하며, 피해자들이 강간에 대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줄라』는 『희박한 공기 속으로』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존 크라카우어의 2015년 작품으로, 미국에서 출간 즉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크라카우어는 답답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힘들겠지만 ‘드러내어 말함’으로써 강간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독려한다.
그리고 2017년, 미투(#MeToo,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7년을 압축하는 한 단어로 ‘#MeToo’를 꼽았고, <타임> 역시 ‘올해의 인물’로 미투 캠페인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선정했다.